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

도시와 건축을 성찰하다

저: 승효상

출판사: 돌베개 출판일: 2016년 10월10일

 

건축가 승효상의 '오래된 것은 다 아름답다'를 읽은 것이 몇 년 전이지만, 아직도 그가 쓴 정갈한 글을 기억하고 있다. 건축에는 문외한이다 보니, 그의 건축물을 한번도 제대로 본 적은 없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로 유명한 유홍준 교수의 집을 지은 것이 승효상이라는 이야기는 익히 들어서 알았지만. 하지만 직접 그가 세운 건축물을 보지는 못했더라도 그의 글처럼 인간에 대한 고민이 들어간 멋진 작품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건축이라는 행위가 사람들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지 고민한다. 건축주의 이익이라는 단순한 목표가 아니라 사람이 살아가는 토대를 만들어 간다. 인간의 삶과 냄새가 스며든 건축물이 도시를 만들어간다. 그래서 그는 자기의 새로운 에세이의 제목을 '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라고 지었을까? 그의 글을 하나하나 읽어가면, 그가 단순한 건축가가 아니라 자신만의 따듯한 시선을 가진 사유 속에서 하나하나 작품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는 가끔 이 나이든 건축가가 4대강 사업이라는 미명 하에 산과 바다를 뒤엎고, 도시개발이라는 명목 아래서 온갖 폭력적인 방식으로 진행된 그 모든 행위에 대해서 얼마나 치를 떨 것인가 생각해봤다. 개발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은 그 땅에 자리 잡은 오래된 것들을 다 밀어버리고, 오직 새로운 첨단을 추구한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 나는 우리 자신이 앞으로 그리고 이후에도 간직해야만 하는 서사를 잃고 만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느낀다.

 

자신의 정체성마저 사라진다. 갑자기 새롭게 세워진 거대한 건축물의 숲 속에서 이미 길을 잃는다. 개발의 결과를 바라보며, 이제 첨단의 도시는 완성되었다고 선언한다. 하지만, 정말 그런 것일까? 승효상은 개발보다는 재생을 말한다. 완성된 도시가 아니라 계속 움직이는 도시. 그로 인해서 새로운 서사가 만들어지는 인간의 냄새가 나는 도시를 말한다. 그는 이렇게 썼다. '건축이 시대의 거울이라고 하는 오래된 말은 그 사회가 가진 시스템의 산물이 건축이라는 말과 같다.'라고.

 

건축가 승효상이 쓴 글은 그래서 공감이 되고, 앞으로 우리의 건축이.. 그리고 삶이 가야 될 방향에 대해서 말해준다. 우리는 현대화라는 구호 속에서 너무 많은 것들을 버리고 살았다. 이제는 그것들을 지킬 때가 되었고, 그 속에서 삶이 풍족해지는 길을 충분히 찾을 만큼 여유가 생겼다고 믿고 싶다.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그런데 건축가가 이렇게 글을 잘 쓰다니. 반칙이다.)

 

보이지않는건축움직이는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