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현대사

저: 아라사키 모리테루 역: 정영신, 미야우치 아키오

출판사: 논형 출판일: 2008년 8월7일

 

오키나와를 가본 것은 단 한번 이었다. 나하 공항에 내려 짐을 코인락커에 넣고서 도쿄로 출발하는 비행기 시간까지 5시간 동안이었다. 짧은 시간 동안이었지만 나는 약간 들떠 있었던 것 같다. 하긴 일본에서 오키나와처럼 우리에게 자주 이야기되는 곳이 몇 곳이나 되겠는가? 우리 안의 일본에 대한 우월의식을 고취시켜주는 공간으로 오키나와는 자주 거론되었지 않았던가?

 

류큐왕국이라는 일본과는 독립된 문화를 가진 곳. 일본이 이야기하는 ‘15년 전쟁’에서 치열한 지상전이 벌어졌던 곳이며 전후 30년 동안 미군정의 지배를 받고서 일본에 반환된 지역. 단편적으로 전해지는 오키나와 독립에 대한 이야기는 반일감정에 더해져 우리의 비상한 관심을 끄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아직도 유효한 지는 알 수 없지만, 오키나와가 일본의 온전한 일부가 된 것은 사실로 보인다.

 

오키나와 독립과 같은 극단적인 정치적 구호는 오늘날의 오키나와 문제를 명확하게 보는 데는 방해가 될 뿐이다. 일본 본토와는 다른 독자적인 문화적 바탕을 가진 오키나와가 현재까지 갈등을 가지고 있는 것은 그 본원은 일본의 제국주의적 팽창과 몰락과 그 궤를 같이 한다. 오키나와전에서 일본군에 의한 오키나와 민간인 학살은 본토와의 간극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히노마루와 일본국가에 대한 혐오는 국가주의적 의례에 대한 반발을 보여준다.

 

근래의 후텐마 기지를 둘러싼 정치적 갈등의 모습은 2차 대전 이후 30년간 계속된 미군정과 그로 인한 오키나와의 기지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 본토의 미군 기지가 축소되면서 이와 반대로 늘어난 오키나와 기지의 모습은 오키나와전이라는 전쟁의 참상, 미군에 의한 각종 범죄, 미군용지 임대문제로 갈등이 표출되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오키나와라는 특수한 역사적 공간적 배경이 평화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그 갈등이 노출되는 것이다.

 

저자가 맺음말에 정리했듯이 미군정시대는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의 세계전략과 이에 대항하는 오키나와 민중의 구도였다면, 일본으로 복귀된 이후는 미일동맹이라는 기조 하에 있는 미국과 일본의 긴밀한 군사적 협력강화와 이에 대한 오키나와 민중의 반발과 투쟁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이제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 변신한 일본정부가 오키나와에 대한 차별적 정책을 바탕으로 한 미일동맹을 약화시킬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아라사키 모리테루는 이것을 용인하느냐에 대해서 일본 시민이 답할 차례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러한 시민들의 답변이 정치적 야합을 허물 수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 오늘날 격화되는 미중의 갈등은 이러한 길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해서 의문을 표하게 한다. 

 

오키나와현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