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정지우

출판사: 이경 출판일: 2012년 4월19일

 

잉여로 전락한 청춘이 갈 곳은 어디에도 없는 것 같다. 오늘날 각박한 한국의 현실을 알려주는 것은 고용의 30%정도만을 감당하는 재벌을 위시한 대기업군이 한국경제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하고, 고용의 70%를 감당하는 중소기업이 나머지 30%를 차지한다는 암울한 진실이다.성공한 삶은 아니더라도 우리 부모세대가 이룩했던 이전보다 나아진 삶에 대한 희망은 이제 30%의 고용을 감당하는 대기업에 들어가는 것으로만 보장받는 것 같다.

 

정지우는 말한다. ‘사회가 좋아져도 우리는 더 신경증적인 비교 기준들에 시달라고, 더 강하게 획일화된 현실-환상 이미지의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사회적 가능성에만 목을 매달고 있을 경우, 반드시 우리 삶이 방기되는 현상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 행복한 삶의 기준이 현실에 기반을 두게 되고, 우리는 결국 보다 더 현실적 능력에 기댈 수 밖에 없다. 그러면서 삶은 그렇게 의미를 잃어가는 것 같다.

 

청춘의 군상은 대학의 몰락을 통해서 시사하는 바가 많다. 대학은 지성을 중시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상징성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구성원인 대학생에게 조화로운 삶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했었다. 하지만 오늘날 대학은 거대한 취업기관으로 변질되었다. 이전에 짊어지던 사회적 책임의식과 사회를 선도했던 대학문화는 사라져버렸다. 이제 대학생은 거대자본이 만든 문화를 소비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정지우는 이렇게 썼다. ‘청춘은 다만 쾌락이 넘치는 자유의 시기와 현실적 걱정에 목을 매야하는 시기라는 두가지 분열된 관념으로만 나타나게 되었다’고. 이제 청춘은 스스로의 자아정체성을 확립해야 되었고 이것은 자기신화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저자는 청춘의 문제를 ‘현대’와 연관지음으로써 보다 자세히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현대’는 무엇일까? 말하자면 근대가 공동체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외연의 삶이었다고 말한다면, 현대는 강력한 개인을 얻는 과정, 즉 내면의 삶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가라타니고진은 이를 ‘내면의 발견’이라고 했다. 그러나 인간은 사회적 역사적 관계속에서 생성된 존재로 타자와의 관계를 통해서 자기자신을 구성한다. 따라서 순수한 나는 없으며, 타자, 타자의 욕망이 끼어있다. 다만 우리는 이것을 자신의 욕망이라고 착각하며 자기자신을 소외시키며 순간의 쾌락만 추구하게 된다.

 

정지우는 우리 인생은 주로 삶에 비해서 현실이 우위라고 말한다. 그러나 삶은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구축하고 만들어가는 그 무엇이라고 한다. 자기 자신의 가치기준에 따라서 무엇인가를 자신을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가는 것. 삶은 우리가 삶을 염두에 두는 방식으로 지속된다고 말한다. 즉, 우리의 의식을 타자로부터 해방되는 것만으로도 삶은 놀랍도록 변한다고 말한다.

 

청춘을 위한 수많은 책을 보게 된다. 하지만 껍데기에 불과한 공허한 메아리만 반복될 뿐이다. 오늘날 청춘들이 그런 조악한 책에서 인생의 길을 찾고자 하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울 뿐이다. 나는 정지우의 글에서 많은 영감을 받고, 그의 책이 강신주와 같은 사람의 글보다 휠씬 마음에 와닿는다고 생각하지만, 오늘날 현실을 생각할 때 그가 제시한 방안으로는 자기 자신에 대한 위안은 줄 수도 있겠지만 부족하지 않나 싶다.

 

결국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 무엇인가? 오늘날 부조리한 사회적 구조를 영구화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기득권의 모습을 보면서 그것을 타자의 욕망을 끊는 자기수양적 방식으로는 깰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제주도나 시골에 내려가 히피적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본다. 그들은 타자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만족스럽게 살아간다. 하지만 비겁한 것 아닌가? 그저 자의식이 과잉된 생활아닌가? 우리는 보다 적극적인 방식으로 일어나야 되지 않을까? 그것은 결국 정치적 참여로 귀결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청춘인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