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은 출판되고서 오늘날 자본주의 아래에서 심화되고 있는 불평등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하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의 책에 대해서 찬성과 반대의 복잡한 의견이 난무했다. 그러나 찬반의 시비를 떠나서, 오늘날 불평등의 심화는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가장 현실적인 위협이 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장하성 교수도 '한국 자본주의'와 '왜 분노해야 하는가'를 통해서 국내 불평등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었다.

 

이 책을 구입한 곳은 공항서점이었는데, 평소 피케티에 대해서 관심은 다소 있어서 샀다. 쫓기는 시간이었으므로 책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고 사지는 못했다. 후에 이 책이 그가 프랑스 신문 '리베라시옹'에 개재한 사설을 모은 것임을 알았다. 10년도 더 지난 2004년부터 비교적 최근인 2015년까지 쓴 글을 모은 것이다. 피케티가 다루는 조세제도에 대한 개혁, 교육투자 등에 대한 이야기는 장소와 시간의 구애를 받는다고 본다면, 이 책이 현재에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될까 싶긴 하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피케티의 글에서 프랑스 및 유럽연방의 전반적 문제에 대해서 고민하는 내용을 충분히 알 수는 있었다. 복잡하고 난해한 프랑스의 조세개혁, 무엇보다도 누진세로서의 보편적 사회보장분담금에 도입에 대한 주장. 기득권과 결탁된 정치가에 대한 비판, 유럽연방제를 위한 제언, 그리스 사태에 대한 독일과 프랑스의 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 등은 충분히 흥미롭게 읽을 만한 글이라고 볼 수 있겠다.

 

세습 자본주의에 대한 우려를 할 정도로 한국사회의 자본축척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지만, 오늘날 퇴행하는 한국 자본주의의 미래를 유럽에서 찾을 수는 있을 것 같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택할 선택지는 그다지 많지 않다. 그것은 정치적 참여와 심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볼 때, 유럽의 미래가 밝지만은 않을 것 같다. 유럽연합이라는 통합은 항상 정치적 분열과 밀실주의를 부추기기 때문이다.

 

올랑드 대통령의 좌파정권이 구사할 수 밖에 없는 임시방편적인 조치들만이 계속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근본적인 개혁에 착수하기에는 그 길이 너무나 고통스러울 것 같다. 그의 글을 읽으니, 자본주의의 역사가 오래되고 각 기득권의 상충된 모순이 집합된 프랑스의 현실은 실타래를 풀기에 너무나 복잡한 것이다. 어쩌면 그 모든 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혁명적 순간이 필요할 지도 모를 일이다.

 

피케티의신자본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