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아탈리, 등대 

저 : 자크 아탈리 ㅣ 역 : 이효숙 

출판사 : 청림출판 ㅣ 발행일 : 2013년 10월10일

자크 아탈리는 프랑스 전문가 중에서 우리에게 잘 알려진 편에 속하며, 그가 쓴 책 몇 권도 번역되어 출간된 것으로 알고 있다. 내가 읽었던 책 중에서는 2010년에 출간된 '살아남기 위하여'가 있다. (http://soocut.blog.me/10097811221) 그런데 자크 아탈리 자신에 대한 프랑스 전문가 내에서의 評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책에서 그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판한 프랑스 작가의 책도 있는데, 미테랑 정권에서 오랜 기간 일했던 경력이 있는 그가 최근까지도 신자유주의 경제를 옹호했었던 것이 문제였던 것 같다. 

어쨌든 이번에 좋은 기회가 되서 그가 쓴 '등대'를 읽어볼 수 있을 수 있었다. 색인까지 700페이지가 넘어가는 이 두꺼운 책을 읽는 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반쯤은 해외 출장으로 인한 바쁜 일정이 문제였던 것 같고, 한편으로는 내 자신의 게으름 때문이기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흐름이 끊어지지 않았던 것은 이 책의 구성이 23명의 개별적 이야기를 모았기 때문이다. 

아탈리가 전기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그가 서문에 밝히듯이 '... 더 광적이고, 강렬하고, 더 허구적이고, 우여곡절과 모순이 더 많은 운명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즐거움... 예술가들과 발견가들, 모험가들과 크레에이터들, 반항자는 자들과 유토피아를 꿈꾸는 자들의 예상치 못한 일들로 풍요로운 인생 여정만큼 역사에 대해 잘 이야기해주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이 생애들은 어떻게 하면 우리가 인생을 잘 살아갈 수 있을 지 성찰해주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다양한 인물들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통해 역사와 인생을 알아갈 수 있으므로 전기에 관심을 가지게 되며, 이로 인해 우리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갈 수 있다는 것이 아탈리의 주장이다. 

저자 자신이 선정한 가장 흥미로운 인물의 이야기가 길게 펼쳐지는데, 철학자, 예술가, 열정가, 혁명가, 과학자, 발명가의 이야기가 시간을 따라 흐르며 서술되고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인물도 있는 반면 생소한 이름도 발견하게 되는데, 흥미로웠던 것은 보이티우스, 이븐 루슈드, 마이모니데스 였던 것 같다.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의 연장선 상에서 나는 서양 문명의 발전과 흐름의 긴 이야기의 일부를 발견했고, 나름대로 지금의 서구를 상상해보기도 했다. 복잡하고 길게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열된 각 인물의 이야기가 서로 겉돌고 있기 때문에 읽기가 편안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연관성이 있는 인물을 묶어서 소개했다면 조금이나마 내용이 연결되거나 혹은 이해를 하는데 더 수월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번역의 질이 너무 좋지 않은 것 같다. 문맥이 맞지 않거나 번역에 선택된 단어도 낯설다. 호치민을 서술하는 부분에서 계속 거슬렸던 '잡목 숲'은 대체 어떤 단어가 번역된 것일까? 글 내용보다 이 요상한 글자에 더 관심이 갔으니... 

그렇지만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상당히 관심을 가지고 볼 만한 책으로 생각된다. 우리가 몰랐던 낯선 인물의 영화같은 삶을 알게 될 수 있는 것 자체가 또 다른 관심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며 어쩌면 아탈리가 이야기했던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에 기여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