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머, 아마도 인간의 역사에서 인류가 집단을 이루어 사회를 구성하면서부터 함께 생겼을 것이라 생각하는 루머. 아마도 살아가면서 한번쯤은 사람들의 말에 자신의 이름이나 일들이 함께 오르내리는 유쾌할 수도 혹은 불쾌할 수도 있는 경험들을 한번쯤 가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전의 루머가 주로 사회적 집단의 지리적 한계에 기대어 한정되었다면, 인터넷의 등장은 그러한 경계들을 벗어나 무한대로 뻗어나가는 경향을 보이는 것 같다. 언어의 장벽이라는 한계조차도 급속도록 번역되고 왜곡되면서 그 의미를 잃어버린 것 같다. 아직도 나는 지난 미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부통령 후보였던 페일린에 대한 수많은 루머와 마찬가지로 민주당 후보였던 오바마에 대한 음해성 루머를 접했던 것이 기억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거짓 루머와 파괴적인 루머, 그 말도 안되는 루머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일까? 그리고 이러한 거짓 루머의 피해에서 과연 어떻게 우리 자신을 지켜야 될 것인가? 루머는 사람과 집단, 사건, 단체와 관련된 진실이라고 입증되지 않은 사실을 주장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그 주장은 사람에서 사람으로 옮겨가면서 신뢰를 얻고, 직접적인 증거에 의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사실이라고 믿는 것 같아서 그렇게 되는 경향이 있다. 루머는 '사회적 폭포효과 (social cascades)'와 '집단 극단화(group polarization)'라는 두 가지 경로를 통해서 전파되는데, 이 경로들은 중첩되어 일어난다.

 

폭포효과를 살펴보면, 루머는 정보의 폭포현상(informational cascades)을 통해 전파되는 경우가 많다. 즉, 어느 정도 되는 수의 사람이 루머를 믿게 되면, 다른 사람들도 그것을 따라 믿게 되는 것을 말한다. 그 루머가 거짓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확실한 이유가 없는 한 그렇다. 한편으로는 동조화 폭포현상(conformity cascades)도 루머의 전파에 영향을 미치는데, 그저 루머를 믿는 것처럼 행동하는 경우들도 있는데 스스로 자기 검열을 통해 자신이 다중과 뜻을 같이 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만드는 것이다. 동조화 폭포현상에서는 사람들은 자신의 개인적인 견해가 무엇이든 상관없이, 집단과 함께 행동하여 다른 사람들로부터 좋은 평판을 얻고 싶어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사회적 제재(soical sanctions)을 피하기 위해서다.

 

집단 극단화를 이해해보자. 집단 구성원들이 사전에 어떤 루머를 믿는 상태에서 내부 논의를 갖게되면, 그러한 논의는 루머가 사실이라는 믿음을 더욱 강화시켜 준다. 극단화는 왜 일어날까? 첫째 정보교류가 기존의 믿음을 강화시켜 준다. 둘째 사람은 증거가 뒷받침되면 자신의 견해에 더 확신을 갖는다. 마지막 요인은 사람들이 자신의 평판에 대한 갖는 우려가 극단화를 키운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루머는 사회적 폭포효과와 집단 극단화를 통해서 전파된다.

 

이러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될까? 그러나 잘못된 신념을 바로 잡는 과정에 사람들은 저항한다. 이 같은 현상을 '편향 동화(biased assimilation)'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를 줄이고 싶은 희망에서  자신이 이미 갖고 있는 편향된 입장에 맞게 정보를 처리하는 것이다. 따라서 거짓 루머가 유포되는 경우 이를 바로 잡기 위한 노력은 도움이 안되고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생각의 시장(marketplace of ideas)' 개념이 완전히 무용지물이 되지는 않겠지만,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경우들이 있다는 점은 인정해야 된다.

 

허위사실을 바로 잡기 위한 가장 확실한 표준 답은 표현의 자유시스템일 것이다. 사람들에게 균형 잡힌 정보를 접하게 하고, 진실을 아는 사람들이 나서서 잘못된 루머를 바로 잡는 것이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편향 동화는 그 약효를 불완전하게 만든다. 인터넷을 비롯한 새로운 감시수단의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루머의 문제는 심각해질 수 있다. 생각의 시장은 진실을 검증하는 최선의 수단이 되기는 커녕 많은 사람들이 거짓을 믿도록 할 수 있다 .

 

표현의 자유는 부분적으로 민주적인 정부를 키워나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틀린 생각이라도 마음대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거짓 루머를 퍼뜨린다면 민주주의 자체가 어려움에 처한다. 저자는 어떤 종류의 검열제를 도입하자는 것이 아니며,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것이 위축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위축효과가 거짓 루머로부터 우리를 지켜주는 안전 장치 역할을 할 수도 있음을 주장한다. 따라서 사회적 규약과 법률을 통원해 거짓 루머를 위축시키는 것이 좋다고 본다. 즉, 거짓 루머가 미치는 해로운 영향을 억제할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루머에 대한 이 짧은 책은 매우 흥미로운 주제를 비교적 쉽게 서술했다. 저자가 앞서 밝힌 것과 같이 이 책에서는 거짓 루머를 억제할 수 있는 어떤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제시하고 있지 않다. 다만, 그러한 가능성이 있을 수 있는 사례를 제시했다. 마찬가지의 생각이지만, 나 스스로도 생각의 시장이 인터넷 시대에 만연한 거짓 루머에 대한 정화기능을 스스로 수행할 수 있는 지에 대해서는 대단히 회의적이다. 한편으로는 각 주체들의 자연적인 역할의 중요성을 부각시킬 수도 있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아 보인다. 하지만, 현대의 인터넷 시대에서 우리는 저자가 말할 바와 같이 적절한 규제수단의 마련을 진지하게 토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이 저자가 우려한 대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