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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querade

1. (진실․진심을 숨기는) 가장

2. 가장 무도회

3. 가장하다

사전에 따르면 가장 무도회란 사람들이 갖가지로 외모를 가장하고 춤을 추는 모임이다. 짙은 화장을 할 수도 있고 얼굴을 가리기 위해 가면을 쓸 수도 있다. 본래의 얼굴이 아닌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최근 MBC 예능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에서 국카스텐 이라는 그룹이 김완선의 ‘가장무도회’를 공연했다. 그 무대를 보면서 국카스텐 특유의 몽환적인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분위기에 잘 어울렸던 가사에 눈길이 갔다.

해가지면 거리는 잿빛 화장을 하고 언제나 표정 없는 얼굴로 사랑하지 않아도 애인 될 수 있는 외로운 사람들이 축제를 하네

‘표정 없는 얼굴로’, ‘사랑하지 않아도 애인 될 수 있는’, ‘외로운 사람들’ 이렇게 쓸쓸한 표현들이라니! 참으로 안타까운 동시에 지금의 세상을 있는 그대로 표현했기 때문에 반박할 수 없다.

‘호텔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손님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다.’ ‘사람들은 어떤 의미에서는 가면무도회를 즐기기 위해 호텔에 찾아온다.’고 야마기시 나오미는 말한다. 최고급 호텔에서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야마기시 나오미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나아가 영혼까지 훌륭한 호텔리어다.

책을 읽는 동안 그러한 프로다운 그녀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빠져들었다. 그래서 책을 덮고 곧바로 들어갔던 작은 서점, 그 다음날 갔던 마트에서 직원들의 서비스가 좋지 않자 ‘이거 뭐야?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네?’ 하면서 나오미를 떠올렸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작위적인 상황인데 실제로 그랬다는 게 지금 생각하니 실로 겸연쩍다. 그 정도로 야마기시 나오미의 서비스 정신은 뛰어났다.

그런 그녀의 직장에 살인 사건이 예고되고, 그걸 막기 위해 현직 형사가 잠입 수사를 하는 상황이 오게 된다. 분명 긴장되고 짜증이 날 수도 있는데 훌륭한 호텔리어인 야마기시 나오미는 닛타 고스케라는 형사를 호텔리어로 변신시킨다.

세 건의 살인사건과 그 다음 살인사건의 무대로 예상되는 코르테시아도쿄 호텔. 그 곳을 드나드는 수많은 사람들 중 과연 누가 표적이고 또 누가 범인일까.

다만 이야기의 중심은 그 ‘누구’라기 보다는 그 누구를 찾아가는 ‘과정’ 속에 있다. 스스로 담배를 태워놓고는 담배 냄새가 난다고 싱글룸에서 스위트룸으로 바꾸는 고객부터 호텔비품을 빼돌리는 손님, 남편을 위해 시각장애인 연기를 하는 노인 등 너무나도 다양한 사람들이 나타난다.

그들과의 마찰을 해결하고 또 그들의 정체를 알아내는 과정 속에서 살인사건의 진범을 알아내는 데 실마리를 얻는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 자체가 ‘매스커레이드’다. 한번 호텔 목욕 가운을 훔치고 다음 방문 때 똑같은 행위를 하는 척 해서 의심을 받으면 명예훼손을 문제 삼아 돈을 뜯으려고 하는 사람, 터무니없는 트집으로 닛타를 괴롭히지만 알고 보니 닛타의 악의 없던 말 한마디에 자신의 꿈을 접었던 교생 선생님, 겉보기에 스토커와 피해 여성이지만 실제로는 이혼의 바로 앞에 있는 부부. 모두 처음 서술하는 장면과 진짜 정체는 달랐다. 그 과정에서 스릴과는 또 다른 소름을 느낄 수 있다. 왜냐하면 그들은 우리의 모습 이였다.

우리는 사소한 말 한마디에 상처받기도 하고 오해할 수도 있다. 그리고 자세한 상황을 알지 못해 최선을 다한 상황이 다른 사람에게 오히려 화를 입힐 수도 있다. 나중에 돌이켜보면 기억할 수도 없을 말 한마디, 사소한 행동이 타인에게 복수의 불씨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난 다른 사람에게 어떤 말을 하고 있고 또 어떤 행동을 하고 있을까. 그냥 툭 던진 농담이 상처가 되지는 않았을까, 분위기에 휩쓸려 철없는 행동을 하지는 않았을까.

모든 언행에 대해서 두 번 세 번 생각해서 실행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조금은 다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해 본 뒤 표하는 게 좋지 않을까. 그들은 웃고 있는 가면 뒤에 어떤 표정을 지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물론 나도 포함해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처음 접했을 때, 이 작가를 왜 이제 만났을까 감탄과 아쉬움이 동시에 들었다. <유성의 인연>, <악의>, <백야행> 등을 읽으며 재미와 스릴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수상한 사람들>을 읽으며 단편에서도 뛰어난 모습을 보여 주는구나 감탄했다. 이번 <매스커레이드 호텔>은 조금 다르다. 스릴 면에서는 전작들에 비해서 많이 떨어진다는 게 개인적인 평이다. 중후반이 되어서야 사건의 진상이 풀리고 갑자기 속도가 붙기 때문이다. 그러나 닛타 고스케라는 매력적인 캐릭터의 등장이 반갑다. 그리고 최고급 호텔이라는 배경에서 다양한 인간군상의 가면무도회를 충분히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