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4

 

입사한지 거의 두달 째다. 시간은 잘도 간다.

 

인터파크 상품권이 쌓여 면허책, 한국사 책, 문제집, 그리고 이 마트 신선식품이란 책까지

 

네 권을 구입했다.

 

일이 힘들고 그렇지 않고를 떠나서 가장 내게 괴루운 것은 퇴근 후 온전한 내 시간을 갖기가

 

힘든 것이다.

 

책을 보고 신문을 보고 하는 나만의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 다음 날 출근을 위해 일찍 자야하고

 

몸이 피곤하니 잠들 수 밖에 없는 것.

 

써 놓고 보니 변명이구나......

 

게임이나 친구들과 술 마실 때는 그렇지 않았으니 말이다.

 

무튼 이 책도 학교에서였다면 며칠 걸리지 않았을 텐데 오래도 읽었다.

 

이 책은 지금 내가 일하는 슈퍼마켓과 대형 마트들의 실태를 일본의 한 현업자가

 

실토 혹은 고발하는 내용이다.

 

일본은 유통과 신선식품의 강국이라 생각했지만,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거대 기업은 결국

 

어느 국가나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혈안이다.

 

이 책은 나온 것처럼 우리 매장도 하는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

 

연수 때도 누군가 그랬지만, 교육받은 내용을 반드시 현장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을 때도 있다.

 

문제는 신입인 내가 처음엔 "이러면 안되는데"라는 생각이 들다가 점점 이런 생각도 안들고

 

양심의 가책도 없이 월급만 받아먹는 장사꾼이 되는 것이다.

 

고객이 아닌 돈으로 보이고 속여팔아 내 이윤만 남으면 된다는 단기적인 생각으로 삐뚤어져

 

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나 혼자만 영업하는 게 아니다. 사우님, 실장님, 담당님, 점장님까지 모두와 함께 한다.

 

유통기한 변조와 재가공, 그리고 곧 가게 될 축산 쪽의 계란까지 원래 방식을 바꾸는 것은 나중으로

 

치더라도 일단 기본적인 규정은 내 스스로 잘 지켜야 한다.

 

나는 이제 직원이며, 알바생이 아니다. 책임을 져야 하고 사우님들과 함께 해야 한다.

 

고객이 옳은 것에 주저말고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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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한 지 6개월째 대기업에서 개인의 입김과 신념은 무너지기 쉽다. 결국 고객을 위한

 

것 같은 일도 이윤 앞에서는 힘을 잃기 마련이고, 개인의 신념도 시간과 압박에 가루가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