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15

 

 

남들은 한국사가 지루하고 재미없는 암기과목이라고 하지만 적어도 내게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유일하게 고득점을 받고 재미도 있는 생생한 과목이다.

 

아직도 생각나는 그 선생님, "오학순" 선생님 덕분이다.

 

자체 교제도 만드셨고, 그렇게 생생하고 재미있는 수업은 정말 드물었던 것 같다.

 

사실 그 때 배운 게 다 기억나진 않지만, 재미라는 것과 국사를 연결 시켜 주신 선생님께

 

새삼 감사드린다.

 

티비 역사 드라마를 보면서 역사에 대해 무지한 나를 구박한 이모 덕분에 이 책을 샀다.

 

그리고 심리학 책보다 더 재미있게 읽었다.

 

이 역사를 보면서 한편으로는 한탄, 안타까움, 우리 민족의 우수성과 멍청함의 양면을

 

동시에 느꼈다.

 

"한 개인도 살다보면 잘한 때도 있고, 부끄러운 때도 있는 법이다.

 

역사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사를 들여다 보면 영광과 치욕이 교차한다.

 

우리의 부끄러운 과거사도 정면으로 응시하고 자기 반성하는 모습이 있어야 한다.

 

반성할 줄 아는 힘이 끈기 있는 자아를 만들고 이는 같은 오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만든다. 사실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페이지 9

 

이 책은 정말 재미있었다. 이야기가 소설처럼 죽 이어진 것이 아니라 한두 페이지 내외로 화제별로

 

구분되어 있어서 읽기 편했고, 사진 자료와 단순 서술식이 아닌 궁금증을 던지고 답하고

 

현대의 관점에서 평가했기 때문이다.

 

가야는 정치가 무능해서, 경제를 뒷받침해주지 못해서 망했다. 그 당시 국제무역을 했던 나라인데

 

말이다.

 

광개토 대왕은 고구려 중심의 세계관을 갖춘 자주적 민족의식을 갖추었기에 대제국을 건설 할 수

 

있었다.

 

백제는 일본에 문화와 종교를 전래해 준 국가였다. 그래도 아직도 일본의 역사학자 중엔 백제를

 

연구하는 ?가 많고 우리학교에서 학술회를 했을 때도 일본학자가 많이 왔었다.

 

한국사에서 여왕은 세 명 모두 신라에서 나왔다. 신라는 여권이 강한 나라였다.

 

백제 의자왕이 주색에 빠져 나라가 망했다기 보다는 지배층 내부 분열의 원인이었다.

 

이 책을 보면서 한 집안이 나라 전체를 말아먹는다는 것을 여러 번 봤다.

 

그들은 아마 그들이 나라를 망친다고는 생각 못하고 천자의 뜻이라고만 생각했을

 

것이다. 이런 역사는 이상하게 세계 곳곳에서 나온다.

 

역사를 배워서도 그들이 과오를 반복한다는 걸 시간이 지난 후에야 아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장보고 같은 인물이 또 나와 준다면 우리 서해는 중국의 손에서 놀지 않을 텐데 씁쓸하다.

 

최초의 활자인 금속활자는 최초라는 수식어의 영광만 있을 뿐 정보의 확장이라는 본업에는 충실치

 

못한 보물이었다.

 

조선시대에는 놀라운 일, 안타까운 일, 분노할 일 등등 오백 년 동안 참으로 일도 많았다.

 

문제는 정쟁이 지금처럼 잘한 일 보다는 잘못한 걸 많이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론과 성리학에만

 

빠삭한 그들의 한계일까.

 

위대한 인물들을 내가 잘못 알고 있었던 것도 의외로 많았다.

 

근대는 정말 민씨 일가의 답답함으로 말아 먹은 걸까. 명성왕후는 도대체 어떤 평가를

 

내려야 할까. 대원군도 마찬가지.

 

이승만 대통령은 정말 초기 대통령이란 상징성 말고는 잘한 게 없는 걸까.

 

그의 기념관 건립을 놓고 치열하게 싸우는 이 사회를 보면서, 아직 대한민국의 정체성은

 

무엇이고 뿌리는 어디인지 이 다음 아이들에게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걱정이다.

 

친일파를 처단 못한 것이 대한민국의 한계이고, 현재까지도 한계다.

 

한국사는 과거의 한탄의 역사다. 내 역사도 그럴 것이다.

 

내 역사를 보면서 훗날 내가 혹은 내 주위 사람이 감동 받을 수 있도록 그런 삶을

 

살아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