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한 교회사가인 필립 샤프(Philip Schaff)에 의하면, 16세기의 종교개혁은 역사상 기독교가 소개된 것 다음으로 가장 큰 사건이다. 이 사건은 중세기의 종말을 의미하며 근대의 시작을 뜻한다. 종교개혁은 인류사에 있어서 전환점이었다. 16세기는 종교와 문학 그리고 예술에 있어서 르네상스의 시기였다. 세계는 그 젊음을 되찾는 듯 했다.

대략 1500년경부터 기독교 역사에는 새로운 단계가 시작되었다. 종교개혁을 통하여 사회적, 정치적, 변화가 발생한 것은 사실이지만, 종교개혁자들이 주로 중점을 둔 것은 신학적, 종교적 문제들이었다. 기독교 진리의 회복은 그들이 꿈꾸던 사명이었다. 즉, 종교개혁은 중세 기독교의 정화와 기독교 진리의 회복에 그 궁극적 목적을 두었다고 할 수 있다.

종교개혁은 과거의 모든 전통을 파괴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려고 한 것이 아니라 참된 기독교 전통의 회복에 그 목적을 두었다. 종교개혁자들은 순수한 기독교 신앙에로의 회복을 추구했던 자들이다. 따라서 종교개혁의 업적은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하나는 참된 신앙의 부흥이요, 다른 하나는 기독교계의 갱신이다.

카터 린드버그 교수는 <유럽의 종교개혁>에서 누구나 큰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종교개혁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많은 교회사 관련 책을 읽었지만 이렇게 매력적인 저작은 드물었다.

종교개혁에 대한 연구는 서구 세계를 들여다보는 창이며, 지난 5세기 동안 발전되었던 서양 정신에 접근하는 중요한 지점이다. 저자에 의하면, 종교개혁을 통하여 우리는 중세의 세계와 근대의 세계 모두를 살펴볼 수 있다.

저자는 말한다. “과거가 없다면, 우리에게는 현재나 미래도 없다.” 루터파 신학자 필립 멜란히톤도 말하기를 “역사에 대한 지식이 결여된 인생은 영원한 유아상태, 아니, 영원한 모호함과 어둠의 상태나 다름없다”라고 했다. 역사는 공동체적 정체성을 연결하는 실이다. 역사와 기억은 우리의 정체성에 있어 필수적이다.

이 책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저자가 종교개혁 시기를 ‘복수적인 개혁 운동들’의 시기로 본다는 점이다. 하나의 단일한 종교개혁이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저자는 ‘종교개혁들’이라는 복수적인 표현을 분명하게 사용한다.

이 책은 마르틴 루터, 츠빙글리, 존 칼빈, 그리고 재세례파를 다루고 있다. 또한 프랑스와 네덜란드, 영국과 스코틀랜드에서의 종교개혁을 소개한다. 동시에 가톨릭의 갱신과 반(反) 종교개혁도 기술하고 있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말한다: “종교개혁이 오늘날의 세계의 발전에 어떠한 기여를 남겼는지에 대해 알게 될 때, 우리는 우리가 어떻게 이 지점에 이르렀는지를 이해하며 그 결과들을 비판적으로 평가하게 된다.”

독자는 이 책에서 16세기의 매력적인 세상을 만날 수 있다. 저자는 그 시기를 ‘황금기’라고 부르지 않는다. 지성사와 사회사가 조화롭게 서술된 이 책은 매우 흥미로운 ‘교과서’이다. 연대표가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되어 있으며, 참고문헌이 방대한 양으로 제시되어 있다.

종교개혁은 포괄적인 운동이었고 삶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끼쳤다. 이 책은 종교개혁의 신학적 핵심을 명쾌하게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