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스타일이 정독스타일이라서 책을 오래 보는 편이다.

그래서 짧게는 일주일정도 길게는 한달도 보는 편인데, 이 책은 왜이리 잘 읽어지는건지 모르겠다.

책의 쪽수가 173쪽밖에 안 되니 더 그랬는지, 단락마다 한두마디로 이야기하는 단락이 많아서인지, 해설자의 해설처럼 남성적인 문체의 소설이여서 그런건지 잘 파악이 안 되지만, 반나절만에 책을 다 읽었으니 정말 간만의 마음에 드는 소설이었다.

생각을 깊이 하게 하는 문체들도 아니고, 내가 살인자가 될 필요도 없고, 내 입장에서는 이 소설은 재미만을 추구한다면 한번쯤 읽어도 좋을만큼의 그런류의 소설같다.

이번에 살인자의 기억법이라는 같은 제목으로 이 소설을 바탕으로 영화가 만들어진다니 많이 기대도 되고, 영화도 이 소설처럼 밑도 끝도 없는 결말로 영화가 마무리될 지 그점도 많이 궁금하고...

살인자 김병수의 입장에서 그의 일상을 이야기하는 소설은 알츠하이머에 걸려서 현실과 멀어지고, 현실을 혼돈하는 그의 눈으로 비추어지는 현실이야기들로 몰입감도 최고였으나, 끝마무리에서 너네들 다 속았다라는 작가의 농락이  나를 너무나도 허탈하게 했다.

꼭 그렇게 끝을 맺어야했나 원망도 했지만, 그건 작가의 마음이니깐 상관하지 않기로...

근데 또 다른 결말로 끝을 맺었다면 어떤식으로 이야기가 이어질까?라는 의문을 품으니 또 얼토당토하지도 않은 결말이 되었겠지...

알츠하이머 환자인 70세 김병수에 맞는 적절한 결말이었던 듯 싶기도 하고...

이 책은 가볍게 읽기도 좋고, 읽고도 금방 잊어버리기도 좋은 책같다.

살인자의 이야기이지만, 살인에 대한 자세한 묘사가 없어서 오랫동안 잔혹함이 남는 부분이 없어서 좋았고, 그냥 살인자의 늙어감에 조금은 안타까움을 느껴지는 부분은 있지만 그건 그자의 속사정이기에 마음에 담을 필요가 없고, 픽션이라는 자각만 갖는다면 뭐...

재밌게 읽었고, 이번에 개봉할 영화를 기대하게 하는 소설이었다.

살인자의기억법, 김영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