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중에서..]

"가석방이요?" 나는 당황했다.

"이제 겨우 5년밖에 안 되었잖아요." 가석방의 가능성은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당신의 행동과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개선의 노력이 보인다고 가석방 심의를 한다고 해요. 잘됐죠?"

나의 걱정스러운 얼굴을 보며 이해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좋은 소식이네요."

나는 그녀가 듣고 싶어 하는 대답을 해주었다.

감옥에서 5년간 감금생활을 하면서 이곳에서의 생활,  맛 없는 음식, 폭력에 나름 익숙해졌다는 것, 내가 이곳에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도 드디어 평온을 찾게 되었다는 것을... 그녀에게 어떻게 이해시킬 수 있었겠는가.

난 그곳에서 정말 평온을 찾게 되었다.

완벽해질 필요도 없었으며,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울 필요도 없었다.

감옥에서는 누군가가 나을 위해 전부 계획해주었다.

10년간 감옥에서 그저 존재하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 내 유일한 계획이었다.

----------------------------------------------------------------------------

외모도, 학업성적도, 집안도, 뭐 하나 쳐지지 않는 완벽한 여고생 앨리슨.

그런 언니의 그늘에서 기죽어 지내지만 언니에 대한 경외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동생 브린. 

두 자매는 너무도 완벽함을 추구하는 엄한 부모님 밑에서 서로를 아끼며 살아가는 방법을 배웁니다.

탄탄한 미래가 보장될게 분명한 앨리슨이 '실수'라고 말했던 그 범죄를 저지르며 10년형을 선고받았던 크레이븐빌 교도소에서 5년만에 가석방으로 출소를 하면서 두 자매 앞에 예상치 못했던 날들이 이어지지요.

앨리슨이 감옥에 가게된 그날부터 그녀의 가족들은 이젠 더 이상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부를 수 없을만큼

해체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오래전부터 이미 가족의 사전적인 의미 이상을 부여하기엔 그들의 삶에 사랑이나 애정이 과연 있기는 했던건지 의문이 생깁니다.

남들앞에 내놓기에 자랑스럽지 않은 자식은 자식으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그녀들의 엄마, 아빠에게

'부모'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되는것인지..

앨리슨의 죄목은 자신이 낳은 아기를 죽인 영아살해입니다.

이 범죄의 실상이 다정하지 못했던 그녀의 부모에게 책임이 있다고 전적으로 떠넘길 수 있는 일은 아니지요.

그것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말할 수도 없지만, 적어도 그녀가 교도소에 있을때나 출소하고 나서의 상황은 그런

일이 일어났던 '그날' 이전과는 확실히 달랐어야 했다고 말하고 싶네요.

부끄러운 딸이 되어버린 앨리슨을 더 이상 자식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모라니...

영화 [마더]가 생각났던 이유도 그래서였는지 모르겠어요.

모든 사람에게 비난받고 멸시받는 자식일지언정 적어도 엄마만큼은 지켜주고 감싸주는 버팀목이 되어주는게 당연하다고 믿는게 보편적인 우리들의 생각이지요.

부모라는 타이틀은 그래서 그렇게 쉽게 얻어지는 이름표가 아닌걸거에요.

앨리슨과 브린 자매의 관계에서 점점이 이어지던 이 사건이 5살 사내아이 조슈아로 이어지는 결말에 이르러서

앨리슨도, 브린도 이해가 되어지고 고개가 끄덕여지며 눈물도 찔끔 났던걸 보면 적어도 부모에게 받지 못했던 애정이지만 두 자매간의 사랑은 그보다 더 깊었었다고 느껴졌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족, 부모, 자식, 가정, 책임 .. 이런 단어들에 다시금 의미를 부여하며 생각하게 되는 힘있는 작품이었습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