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우의 [나는 춤이다]가 출판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는 좀 뜻밖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구입해서 읽어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왜 소설일까? 하는 의문을 떨칠 수 없었다. 왠지 김선우는 영원히 시인으로 남아있을꺼라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그의 시는 사람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매력이 있다. 여러날 그의 시와 함께 하면서 언어가 주는 기쁨에 가슴 떨었던 나는 그의 책이 시집이 아니라 소설이라는 것에 적잖이 실망했다. 
나는 그가 시인이라고만 알고 있었지만, 그가 두어 권의 산문집을 냈다는 사실도 이번 책 [나는 춤이다]를 접하면서 알게 되었다. 하지만 역시 그의 이름 앞에는 시인이라는 칭호가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면서, 그의 섬세한 표현력이 소설과 만나면 어떤 분위기를 풍길지 내심 궁금해졌다. 소설가는 노력으로 완성될 수 있지만, 시인은 타고나는 것 뿐이라는 생각을 나는 갖고 있다. 그런면에서 언어에 대한 감각을 타고 난 김선우는 천상 시인이었다. 하지만 그의 소설 역시 아름다운 문체로 날 기쁘게 해 줄 것임을 나는 예감하고 있었다. 적어도 실망시키는 소설을 쓰지는 않을꺼야 하고 생각하면서 이 책 [나는 춤이다]를 읽게 되었다.
[나는 춤이다]의 주인공 최승희는 나에게 낯선 인물이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영 모르는 것은 아니다. 채시라가 최승희 역으로 분해서 드라마에 나왔던 것이 가물가물 생각나기도 했다. 최고의 무용수, <반도의 무희> 등이 내가 아는 전부였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최승희를 조금 알아버렸다. 무엇이라고 해야할까? 코스모스 같은 최승희. 겉은 한없이 여리고 하늘하늘 거리지만 그 뿌리는 땅 속 깊이 박혀있어, 아무리 뽑으려 해도 쉽사리 뽑히지 않는 코스모스 같은 여자. 김선우의 글 속의 최승희는 매혹적이었고, 여리면서도 강했다. 최승희는 김선우의 날카롭고도 예리한 글로 묘사되고 있었다. 역시 문체는 끝내주는 군! 하는 생각이 들 만큼 김선우의 글은 소설이었지만 시와 같이 아름다웠다. 내가 또다시 반할만큼.
이 책이 얼마만큼 사실에 근거하고 씌여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간략한 생애에 대한 것 외에는 다 허구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김선우에 의해 최승희의 생애는 화려하게 피어났다. 그녀가 최고의 춤꾼이었다는 것, 강한 자의식, 순회공연, 그녀의 춤사위 등등 내 머릿속에는 최승희의 모습이 김선우의 글로서 피어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매혹적이었다. 최승희라는 무용수를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요새 나오는 책은 속도감 있게 읽히는 반면 무게감이 많이 사라져서 아쉬웠는데, 이 책 [나는 춤이다]는 곱씹으면서 읽게 되는 매력을 가진 책이다. 든든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책이기에 나는 천천히 글 맛을 보면서 읽으려고 노력했다.
파란만장 했던 최승희의 생애를 한마디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참 지독히도 춤을 사랑했구나, 참 지독히도 힘들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녀의 춤을 나도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히 드는 책이었다. 이 책 제목 [나는 춤이다]말고 더 극명하게 최승희를 표현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최승희는 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