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스이카]라는 이 책은 작년에 이미 읽은 책이었다. 그런데 올해 이 책을 다시 집어 들게 된 이유가 있다.

얼마 전, 학교를 갔다 온 조카의 손에 ‘가정 조사서’라는 것이 들려 있었는데, 나는 ‘요즘에도 이런 조사를 하는구나’ 싶어 잠깐 읽어보다가 한 대목에서 눈길을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친구에게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습니까?’
‘친구가 위험한 물건(칼, 각목, 주먹..)으로 협박한 적이 있습니까?’
‘학교에 오기 싫은 적이 있었나요?’ 등등...
참고로 내 조카는 초등학교 2학년이다. 초등학교 2학년을 상대로 하는 조사서에 이런 대목들이 있다는 사실에 나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사실, 내가 어릴 때에도 분명히 왕따 당하는 아이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사회문제가 될 정도로 우리는 그렇게 잔인하고 악랄하게 대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아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큰 잘못인 건지 모르겠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아픔을 주었다면 그 깊이와 크기를 느낄 수 있는 건 본인 뿐, 옆에서 보기에 별거 아닌 것 같은데?라는 기준은 하등 쓸데없는 것일 테니.

이 책의 저자는 14살 소녀였다. 
저자가 책에서 “누구도 이유 같은 건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저는 계속 외톨이로 지내야 했습니다.”라고 밝혔듯이 그녀는 자신이 그 혹독한 왕따의 멍에를 썼었고, 죽을 만큼 아팠던 기억을 더듬어 써 내려갔는데 그것이 바로 이 책이다.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물며 그 지나온 과거가 자살을 생각했을 정도로 아프고 무서운 일이었다면 그 괴로움은 쉬이 짐작조차 할 수 없음이다.

그럼에도 14살 소녀가 자신의 언어로 독자들과 만나려 하는 이유는 이 땅의 수많은 청소년들이 자신처럼 힘들어할 것을 잘 알기 때문이었고, 그들에게 작은 손길을 내밀고 싶어서였는지 모른다.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 세상의 수많은 피해자들에게 ‘힘내’라는 여린 응원을 아낌없이 전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왕따를 당하는 치카를 도와주려다가 오히려 자신이 타겟이 되어버린 스이카.
그것을 견디다 못해 급기야 자살에 이르는 불쌍한 아이. 어쩌면 요우꼬 패거리들만이 가해자는 아닐 것이다. 알면서도 침묵하는 아니, 할 수 밖에 없는 모든 아이들 역시 다 간접적인 가해자들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일어나고 있는 학교폭력을 방지하지 못하는 우리 어른들 역시 비겁한 가해자들임이 분명할 것이고.

더 이상 가해자와 피해자를 양산하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제일 먼저 상대방의 고통을 이해하려는 노력부터 해야 할 것이다. 제 2의 스이카가 이 땅에서 고통 받고 스스로 삶을 포기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