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이라는 새로운 장르가 인터넷에서 인기를 끌면서 단행본으로 깔끔하게 출간되어 독자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 웹툰 계에서 유명한 몇 몇 작가의 인기는 일반작가 저리가라 할 정도이고 팬층도 엄청나다고 한다.

나 역시도 심심하고 무료할 때, 혹은 검색어 상위에 랭크되어 뭔가 호기심을 유발할 때 웹툰을 클릭해서 보곤 하는데 이번에 책으로 만난 웹툰은 <초딩생활>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

.

.

유감스럽게도 난 이 만화를 인터넷 상으로도 접해본 적이 없었기에 어떤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읽으면서 별 재미를 느끼지 못하겠다. 이 책의 작가가 중학생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접하고 난 뒤에야 왜 내가 그렇게 느낄 수 밖에 없었는지 이해가 가는 한편 그와 나 사이의 메울 수 없는 세월의 간극을 확인하는 작업은 좀 비참하기는 했다. 내가 이렇게나 늙었구나!같은 그런 슬픔 때문에 ㅠㅠ.

 

물론 간간히 내 초딩생활을 회상시킬 만한 사건들이 등장하기도 하고 묘한 공감대를 형성시키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뭔가 딴 나라 이야기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정제되지 않은 듯한 그림들은 마치 내 옆 짝꿍이 쉬는 시간에 잠깐씩 그려본 그림들처럼 편안하게 다가왔고 일상의 소재들을 다루는 내용들 역시 한번쯤 겪어봤을 그런 소소한 에피소드들이었기에 생소하지도 낯설지도 않았다.

우스갯소리로 방학만 되면 인터넷에 이런 글귀가 떠돌았다. ‘초딩들 방학했으니 조심하라’ 혹은 ‘초딩들 드디어 개학했다’라는 글들 말이다. 그만큼 초딩이라는 나이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어떤 범접할 수 없는(?) 카테고리를 형성한 집단이 바로 이 초딩집단이다.

그런 그들의 단면을 유쾌하게 혹은 애잔하게 바라보게 하는 이 웹툰은 그래서 더 리얼해 보인다.

 

나 같은 어른들은 잘 모르겠지만 이 웹툰에 많은 팬들이 공감하고 환호한다는 것은 중딩이라는(^^) 저자가 사람과 사물 혹은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결코 헛투르지도 않고 무척이나 세심하고 예리하다는 걸 증명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특별한 사건을 특별한 눈으로 찾아내는 것이 아닌 평범한 일상 속에서 물 흐르듯 지나가는 어떤 순간과 정서를 콕 찝어낼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놀라울 뿐이다.

눈 깜짝할 새 지나간 당신의 초딩생활이 궁금하다면, 혹은 초딩인 내 아이, 내 조카의 범접할 수 없는 세계를 이해하고자 한다면 한 번쯤 편안하게 읽어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