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철없던 대학시절, 수업 한 번 안 들어가도 대대로 내려오는 족보만 보면 시험이 A+이 나오는 과목이 있었다. 그 교수는 20년이 지나 강산이 두 번이 바뀌어도 강의내용이며 시험문제가 결코 변하지 않았기에 그게 가능했다. 그때는 그렇게 손쉽게 성적과 학점을 따는 것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비싼 등록금 바쳐가며 정말 쓰레기 같은 교육을 받았구나 하는 후회와 분노가 일어났다.

그 교수가 이 책을 한번 이라도 읽었다면 바뀔 수 있었을까? 같은 교수라는 직함을 가지고서 어떻게 이렇게 극과 극의 평가가 내려질 수 있는지..아마 이것이 한국교육의 곪고 곪아온 문제점이겠지 싶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교수들도 더 이상 안이하게 자리를 지킬 수 없고, 학생들도 점점 날카로운 눈으로 강의를 평가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나는 책에 언급된 교수들을 TV 다큐멘터리를 통해 먼저 만났다. 잠시 슬쩍 보려고 했던 것이 방송이 끝날 때까지 시선을 거둘 수 없었고, 오랜 시간 내 가슴에 감동으로 남겨져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이렇게 책으로 그 감동을 고스란히 연장시킬 수 있어서 너무나 좋다.

제일 먼저 만난 피츠버그대의 D.골드스타인 교수님.

만화 캐릭터 같은 외모에 장난기 그윽한 눈으로 강의를 하시는 모습은 상상만해도 웃음이 머금어 졌고, 수업 콘셉트에 맞춰 변장을 하시는 모습은 귀엽기까지 했다.

그는 이렇게 살아있는 강의를 진행한다. 역사를 가르치는 그의 모습은 정말 진지했다. 단지 교과서에 나오는 연도와 인물들을 나열하고 주입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와 관련된 생생한 자료와 영상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학생들이 직접 역사적 인물을 만나고 과거 속으로 뛰어들 수 있도록 배려한다. 남북전쟁이 일어났던 곳으로 학생들을 직접 데려가고, 역사의 현장 속에서 직접 느끼기를 원한다. 그래서 그의 역사수업은 더 이상 과거가 아니다.

바로 지금 우리가 경험하는 현재가 되는 것이고, 그 순간 학생들은 살아있는 과거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또 한 분의 자랑스러운 분은 바로 “조벽” 교수님이다.

한국 교수님이시기에 그 감동이 백배 더 했고, 직접 그 교수님의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 너무너무 부러울 정도였다. 교수님의 열성적인 수업 뿐 아니라 나에게 특히 인상적인 것은 성적 계산법이었다.

성실형과 대기만성형으로 개개인의 맞춤 교육처럼 성적 계산도 구분해 한 명의 학생도 포기하지 않도록 이끄시는 모습에서 “과연” 이런 분이 최고의 교수라는 타이틀을 부여 받는 구나 싶었다. 그 분의 시험평가서를 보면 학생 한 명 한 명에 대한 애정이 느껴질 정도로 자세한 평가와 함께 공부방향까지 설정해 주실 정도였다. 어떤 부분의 공부가 부족해서 이런 오류를 범했다는 자세한 설명을 통해서.

사실 성적표를 받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궁금해하는 채점기준이 이 분 앞에서는 너무도 투명하게 보인다. 납득 가지 않는 성적표를 가지고 교수님과 연락하려고 무진장 애 쓴 기억이 있는 나 같은 사람이라면 조벽 교수님의 성적평가서가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가슴 절절히 알게 될 것이다.

이 외에도 각 분야의 여러 최고의 교수님들을 만나볼 수 있는데 그때마다 난 “역시”라는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었다. 이 분들은 나에게 가르침의 정의를 다시 정립시켰고, 교수와 제자라는 관계도 새롭게 정의 내려 주었다.

이 최고의 분들은 모두 여러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그 중에서 내가 발견한 몇 가지는 다음과 같다.

학생들과의 유연한 소통. 귀를 열고 항상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다.

가르치기 보다는 함께 공부하고 배우려 했다는 것.

그리고, 나이와 인종, 국적, 성별을 초월해 항상 준비된 열정적인 모습으로 학생들을 만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가리켜 “최고”라고 일컫나 보다.

물론 무조건 이들을 모방하라는 말은 아니지만 적어도, 가르침의 의미만큼은 제대로 이해하는 교수가 이 땅에도 점점 늘어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