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혁이라는 저자. 이름은 숱하게 들었던 것 같다. 많은 작품을 발표한 건 아니지만 그 소수의 작품들이 독자들에게는 꽤나 큰 매력으로 다가왔나 보다. 실제로 내 주위에는 그를 애정한다는 이들도 몇 있기는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딱히 그의 작품에 손이 가지는 않았는데 이번에는 책 제목 자체가 주는 묘한 설레임과 기대감 때문에 그냥 넘기기가 힘들었다. 주사위를 던져서 게임이 시작되고 그렇게 펼쳐질 이야기들이 사뭇 궁금했기 때문이다. 어떤 정해진 규칙과 벌칙들을 수행하면서 우리가 보여주는 모습들은 어떨까하는 생각을 하면서 첫 장을 펼쳤고 그렇게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모노라는 주인공이 어느 날 게임을 하나 만들어 낸다. ‘헬로, 모노레일’이라는 자신의 이름을 딴 이 보드게임은 실로 대단한 재미와 매력으로 사람들을 열광시키며 젊은 나이에 엄청난 돈을 벌게 된다. 이를 시작으로 전문적인 게임회사를 하나 차려 더 업그레이드된 제품들을 개발하려던 모노는 친한 친구인 ‘고우창’과 그의 아버지 ‘고갑수’를 회사에 불러들이게 되는데 어느 날 고갑수가 회사 돈 5억을 들고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당시 해외여행 중이었던 모노는 자신의 친구 고우창마저 아버지를 찾겠다며 연락이 끊긴걸 알게 되고 그때부터 이들의 진짜 여행 혹은 게임이 펼쳐지게 된다.

 

이 작품에는 그리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그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사건들, 그들이 서로 서로 연관되어 거미줄처럼 얽혀지는 일들은 제법 방대한데 후반부로 갈수록 ‘볼교 Balls Movement’라는 일종의 사이비 종교가 이야기의 중심에 이르게 된다. 이렇게 보면 그다지 특별하지 않는 평범한 모험소설이라고 여기기 쉽겠지만 그렇게 단정 지을수 없는 게 사이비 종교인들의 세계나 게임 속 캐릭터들, 고갑수를 찾는 여정 중에 만나게 되는 불가사의한 인물들과 마법 같은 일들은 환상모험이나 SF 소설 같은 느낌마저 주기 때문이다. 평범한 소설을 생각했던 독자들은 책 페이지가 한 장 한 장 넘어갈 때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을 쫓아가듯이 그렇게 작가가 그려놓은 상상력의 세계에 흠뻑 빠져들어 갈 것이다.

그러다보니 생소한 볼교라는 종교단체와 고갑수가 연결된 고리가 어쩐지 좀 개연성이 부족해 보인다. 작가는 이들의 관계를 커다란 게임판위에서 주사위의 결과에 따라 바뀌는 하나의 게임으로 이야기를 만들어가려는 것처럼 보였고 그러기 위해서는 하나의 큰 카테고리 안에서 그들이 모두 같은 곳을 향해 내달려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즉, 게임의 출발과 종착지가 있듯이 각각이 달려 나가는 속도, 방향, 만나게 되는 방해물들은 다를지언정 결국 언젠가는 이 게임을 끝내고 목적지에 도착해야 한다는 같은 숙명을 안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이들의 게임을 끌고 가는 작가의 상상력에는 박수를 보내나 그 과도한(?) 상상력 때문에 자꾸 이야기가 옆길로 새는 듯한 느낌도 여러 번 받았었다. 모험과 추리가 한껏 흥을 돋우기는 했지만 책을 다 읽은 지금에도 나는 이를 통해 작가가 어떤 메시지를 전하려고 했는지는 도저히 모르겠다. 그저 읽고 즐기면 된거다!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굉장한 감독을 만나 한 편의 영화로 제작된다면 또 다른 재미가 있지 않을까 싶은 엉뚱한 생각도 들게 하는 이 작품, 괴로운 우리 시대의 현실을 투영한 골치 아픈 작품들에서 벗어나 한 번쯤 기막힌 상상력이 가미된 글을 읽고 두근대고 싶은 독자들에게는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