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내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우리 엄마가 다리에 피를 흘리고 돌아오신 적이 있었다. 동네에서 멀지 않은 파란 색 큰 집에 볼일이 있어 처음 가셨다가 그 집 개에게 다리를 물리셨던 것. 주인은 미안해하기는커녕 사납지 않은데 얘한테 무슨 짓이라도 한거냐며 오히려 엄마를 다그치셨다고 한다. 씩씩거리시면서 상처 난 다리에 약을 바르시던 엄마 옆에서 난 한참을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 이후 개는 내가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고 혐오하는 동물이 되었고, 점점 동물이라는 모든 집합체, 아니 사람 말고 숨쉬는 모든 동,생물들이 다 싫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사람 앞일은 모른다고 얼마 후 우리도 고양이를 우연치 않게 기르게 되었고, 나중에 이 책의 작가처럼 고양이와 동거동락하는 따뜻한 가족이 되었다. 다시 슬프게 헤어지긴 했지만…

책의 주인공은 당연히 주인언니와 함께 사는 고양이 세 마리이다.

신디 스칼렛 오하라 = 신디라는 이름처럼 강인한 정신의 소유자 엄마 고양이.

그리고 그녀가 낳은 페르캉과 추새. 이렇게 세 마리의 인생극장이 잔잔하게 그려진다.

읽으면서 내내 생각한 건 페르캉이 나의 행동이나 성격이 어찌나 비슷한지, 내가 만약 고양이로 태어났다면 페르캉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서 가장 애착이 갔다.

세탁기를 별장 삼아 낮잠을 즐기는 모습부터 영리하게 혹은 영악하게 행동하는 모습들이 너무도 사랑스러워 실물로 꼭 만났으면 하는 바램까지 생겼다. 한눈만 가지고 있을 모습과 진짜로 만난다면 마음이 많이 아플테지만….미안해…

그리고 그림만 보아도 가슴 한 켠을 아리게 한 추새.

한번도 본 적 없는 나 조차도 이렇게 마음이 아린데 곁에서 지켜본 어미맘은 어땠을까?

모정이 얼마나 위대하고 고귀한지 다시 한번 고개 숙이게 만든 신디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이렇게 이쁜 냥이들과 헤어지는 순간을 맞게 된 작가는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혹시나 돌아오지 않을까 기다림에 점점 지쳐갔을 테고, 지난날 좀 더 잘해 주지 못한 걸 후회 했을테고, 돌아만 와준다면 정말 잘해주고 싶다는 간절함으로 매일 기도 했을 것이다.

배신 때문에 아파하고, 점점 더 조악해져 가는 형식적인 인간관계에 지친 우리네가 지금 가장 필요로 하는 존재들이 바로 이런 신디나 페르캉, 추새 같은 존재가 아닐까? 말로 표현하지 않는다고 등을 돌리며 떠나지도 않고, 사소한 오해 때문에 다툴일도 없이 그저 마음과 마음으로 정을 주고 받으면 되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큰 위로를 넙죽넙죽 받고 있는지 정말 고마운 존재들이 아닐 수 없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아파하고, 상처받고 있을 지 모르는 이들 고양이들을 위해 잠시 기도를 하면 어떨까 싶다. 미안하다고, 그리고 고맙다고…

이렇게 좋은 책 한 권으로 난 또 다시 정화가 되니 참으로 기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