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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과 달리 요즘 젊은 사람들에겐 ‘청춘’이라는 단어가 그리 큰 활력소가 되지 못하는 듯 하다. 백수, 88만원 세대, 샌드위치 세대, 이태백 등등…온통 암울하고 어두운 단어가 요 몇 년 사이에 그들을 지칭하는 말이 되었으니 참으로 갑갑하다.

여기 그런 암울하기만한 생활을 하던 한 청춘이 세상에 고한다. 빨간 비늘이라는 페달 달린 동반자와 함께 말이다. 그리고 그 무대는 유럽.

유럽을 자전거 타고 여행한다? 난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지 한번도 상상해보지 않았다. 물론 나도 젊은 시절 모험심이 발동하여 자전거로 여행을 한 적이 있다. 딱 하루 제주도 해안을 도는데 그 이후로 몇 년간 자전거는 타지 않게 되었기에 좀 씁쓸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자전거 여행.. 처음에 들으면 굉장히 낭만적으로 들릴 것이다. 나도 그랬으니까. 그치만 그 조그마한 안장에 넓적한 엉덩이를 대고 몇 시간씩 가다 보면 세상에 이것보다 더한 고통이 따로 있을까 싶을 정도로 쉽지 않다.

여행의 참 묘미는 둘째치고 차라리 걷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하게 된다. 물론 이건 초보들이나 느끼는 거고 제대로 된 자전거는 괜찮다고 하실 고수들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나의 첫 자전거 여행은 그렇게 좀 허무하게 끝났다.

그런데 이 청년. 한국도 아닌 유럽을 자전거를 타고 가겠다는 대단한 생각을 해버린거다. 길을 잃고 말이 안 통하고 하는 건 차치하고 서라도 나에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육체적 고통을 어떻게 버틸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자전거를 처음 배우는 아이처럼 그는 길도 잃고 나사가 떨어져나간 자전거를 멍하니 쳐다보며 지나온 길을 잠깐씩 후회하기도 하지만 곧바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복한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자기 자신에게 묻는다.

내가 무엇 때문에 여기 있는 것인가? 내가 이 길에서 얻으려는 것이 무엇인가?

그리고는 잃어버린, 아니 잃어버린 줄 알았지만 가슴 한 켠에 고이 잠들어있던 그의 열정을 불러 일으켰다.

누군가는 말한다. 길에서 사람을 만나고, 인생을 만나고 그리고 자신을 만난다고.

그 역시 유럽 여행길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인생을 듣고, 그가 흘린 땀만큼 뜨거워진 ‘나’를 만났다.

이 책은 자전거 여행의 상업적인(?)묘미는 보여주지 않는다. 어떤 자전거 루트가 경치가 좋고, 어떤 식당이 밥값이 싼지를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달리 말하면 자전거와 함께한 열정 여행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책을 다 읽고 나면 여행계획이나 세워볼까?하는 마음보다는 내 안에 숨어있는 열정을 나도 깨울 수 있을까?하는 기대감이 먼저 든다.

그에게서 발견한 열정의 자전거가 내 안 깊숙한 곳 어딘가에 고스란히 놓여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리고 언젠가 나도 꼭 그 페달을 밟아보리라 희망해 본다. 더 늦기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