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참 좋다.

그런데 영 한비야스럽지가 않다? 제목부터 떡하니 간질간질한 사랑이라니.

50줄에 들어선 한비야가 이제 달콤하고 부드러운 글쓰기로 선회라도 한 것이란 말인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여전히 여전사로서의 의식, 가르침의 사명이나 이땅의 젊은이 혹은 대한민국 국민을 선도하고 싶은 마음도  곧곧에 묻어 있긴하지만, 나이가 들고 감정을 다스리게되면서 좀더 부드럽게, 객관적으로, 마치 달콤한 설탕을 발랐지만 속에 진짜 쓴 약이 있는 것 처럼, 
자신의 경험을 얘기하는 듯 재미있는 얘기 속에 하고 싶은 말을 담은 세련됨이 묻어난다.

그리고 확실히 자신의 첫사랑의 추억과 같은 같은 말랑한 얘기들도 줄줄 들려준다. 또한 김혜자씨에게 들은 진심어린 충고를 기반으로 "여자 한비야"를 개발해야 겠다는 여성스럽고 귀여운 모습까지 드러내는가 하면,

심지어, 이번 책에서는 정말 이전 책표지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샤방샤방한 보라색 페이즐리 문양이 있는 블라우스와 귀걸이(!)까지 한 모습이어서, 생소한 듯 느껴져도  활짝 웃는 모습이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한 것이.
여성스러운 면을 드러내는 것이 좋겠다는 김혜자씨의 말이 정말 지당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누군가가 글을 쓰려면 한비야처럼 "마음으로" 쓰라고 했다.

대부분 그녀의 에세이는 그녀의 하루하루의 일기나 그녀의 감정 생각등을 기록한 메모에 기반을 두어서인지.정말 그냥 편안한 인생 멘토나, 맘 맞는 회사 사수가 난 말야..네 나이때 말야~로 시작하면서 여러가지 얘기를 해주듯. 그렇게 읽혀진다.

앞서 그녀가 오지 여행가일 때 책은 아직 읽지를 못하였고, 지도밖으로 행군하라(이하 지도밖으로)부터 시작했으니...나에게 그녀의 책은 더더욱 그랬다.

세계 오지 곳곳에 대한 여행기라기 보다는, 긴급구호 팀장으로서, 그리고 인생을 먼저 "제대로"살아가는 선배로서,편협한 세계관을 깨고 나와 더 넓게 세상을 보도록 해주는 그런 멘토같은 역할.

 "지도밖으로"가 편협한 세계관을 깨고 세상을 보다 넓게, 보다 객관적으로, 보다 크게 볼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 책은 인생을 어떻게 살지에 더 초점이 있다.

 어떻게 나이들어야 하는가..본인은 결국은 다 베풀고 가야겠다는 생각에 "주자학파" 가 될 생각이라느니.(ㅋㅋ)...

-이 땅의 젊은이들이 돈의 노예가 되지 않고 품위와 위엄을 지키면서 살기를 바라는 그런 거....

-떼쓰고 어리광 부리듯 하나님께 기도하는데 어째서 기도가 이루어 지지 않을까. 어째서 세상엔 저리도 어린 아이들이 굶어 죽어간단 말인가 하는 그런 마음에 대한 안타까움과 그래도 그 감정에 빠져 분노나 절망 같은 부정적인 감정의 늪에 빠지지 않고..결국은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그런 감정.....

-이슬람 국가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하여 종교가 다른 사람들끼리 서로 존중하기를 바라는 마음...

전작들이 잔소리를 강화하여 좀더 계몽 및 선도하는 느낌이라면,
이번 책은 훨씬 더 부드럽게..잔소리지만 잔소리가 아닌 듯 넘어가고..
훨씬 더 문장이 수려해지고 말랑해지면서 또한 본인의 속내도 또한 더 많이 드러나게 되었다.

이번 책에는 여성 할례 등의 문제를 직접 다루면서도, 중국견문록에서 쓴 것 처럼 감정에 격해, 아직 중국보다 못한 권위주의적인 사상에 물든 한국남자를 성토 하는 느낌도 훨씬 줄어 덤덤히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했다.

(그러나 이 주제는 정말 굉장히 자극적인 것이어서, 읽는 사람은 감정이 격해져 울컥하게 만들게 되는...

그래서 나와 같이 격한 감정을 느껴주지 않는다고 새벽4시에 또 신랑하고 한바탕 하기까지 했지.)

무엇보다 나에게 개인적으로 인상적으로 도움이 되었던 부분은...
1년에 책 백권읽기 부분이었다.
내가 생각해도 "이 사람, 책읽을 시간은 있어?" 가 맨 처음 든 생각이었는데.

안그래도 사람들이 그것부터 물어보고, 서점에 책사러 가도 점원이 그거를 물어본다고.
그래. 이 질문은 사실 얼마나 우문인지.

책읽을 시간이 없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정말 "통시간"을 내서 책상에 앉아서 책만 읽을 시간이 없을 수는 있겠지만, 출퇴근 시간. 일하다 잠시 쉬는 시간....자기 전에도 한 20분 읽다 잘 수 있고....

책읽는 것이 "재미" 있으면 일하다가도, 공부하다가도 읽고 있는 책을  더 읽고 싶어서 미치겠는게 책 아닌가.
무슨 전공서적만 읽는 것도 아닌데.
로맨스 소설도 좋고, 에세이도 좋고, 좋아하는 영화에 관한 평론이어도 좋고. 만화라도 좋다.

1년에 100권읽기를 전 국민이 다 시행해서  
"저거 작년에 내가 12번째로 읽은 책인데", 
"그 책은 내년의 목록에 넣어야 겠다" 
이런 대화들이 오고가는 상상을 한다고.

본인이 너무 재미있게 즐겁게 읽었던 체게바라 평전을 고3 인 친구 딸이, 필독 목록으로 학원에서 배우면서, 밑줄에 형광펜 별표 다섯개에 이 부분은 인용하기 좋으니 반드시 외울것.이라는 식으로 인덱스 포스트 잇이 덕지덕지 붙은 것을 보고는...

이래서야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책읽는 즐거움을 느끼기 전에 질려버리겠다고 하는 그 안타까움을 토로하던 그 부분...
나도 정말 같이 안타깝게 느껴졌었다.

이후로는  "책읽을 시간이 없으니" 라는 바보 같은 생각은 훌훌 털기로 했다.
게다가, 다행스럽게도 나는 책 읽는 즐거움을 너무너무 잘 알고 있다.

지금 이 나이가 되도록 만화도 좋아하고(ㅋㅋ) 소설도 좋고, 에세이도 좋고. 
한비야씨 책처럼 책한권을 다 읽고 세계를 보는 시야가 확 넓어지는 그런 책도 있다. 그럴 때 느끼는 뿌듯하고 가슴이 꽉차는 듯한 그런 느낌. 누구라도 한번 쯤은 느꼈을 것이 아닌가?
피천득의 결혼하는 친구의 딸에게 처럼..누구라도 읽으면 눈물이 핑돌고- 아빠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책도 있다. 

이젠 책읽고 외워 시험볼 일도 없는데. 
책읽을 시간이 없어서....라는 생각은 이제 완전히 버리고.

책은 맘대로 맘껏 재미있는 것만 골라서 많이 많이 읽으면서 살리라는 생각을 하게 한,
"지도 밖으로"에 이어 또 한번, 한비야씨의 잔소리를 통해 책을 많이 읽자고 생각하게 만든,
그런 내 인생의 책 한권. 

그게 바로 이 책이다.

한비야, 그건사랑이었네, 귀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