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백년의 가게 제작팀 - 백년의 가게 1

KBS 다큐멘터리를 종종 봅니다. 자주는 아니구요. 다큐 3일이라는 실제 사람들의 생활을 3일동안 밀착 따라다니며 그들을 보여주는 것인데 제게는 참 유용한 프로그램이였어요. 하고 싶던 쇼핑몰, 공부를 직접 하는 사람들의 생활을 미리 체험할 수 있었는데요. 제가 생각하던 핑크빛 미래가 아니라는 걸 깨닫게 해주었고 현재에 감사하고 힘들지만 그 위험에 뛰어 들어갈 용기를 갈고 닦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백년의 가게는 아직 보질 못했지만 그와 비슷한 취지라 생각합니다. 성공적인 선행자들의 선례를 보여주어 지금의 우리를 갈고 닦게 만들어 주지 않을까요. 책은 적당한 두께로 구체적인 가게와 상품 사진들이 있어 읽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그런 것치고 표지가 소박했고 가벼워 휴대성도 좋았습니다. ^^

백년을 이어갈 정도의 가게들은 어떤 비밀을 가졌을까, 창업이 꿈인 한 사람으로서 궁금했습니다. 어떤 일을 하든 기본에만 충실하면 일은 저절로 되게 되어 있다는 게 제 지략입니다만... 세상일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인 만큼 다른 이들이 성공하는 방법도 참고해야 되는 거 같아요. 특히 백년이 넘도록 사람들의 마음을 끌고 있다면 그 가게가 지닌 장점들은 내 비밀노트에 하나하나 기록해놓고 싶어지는데요. 물론 제가 직접 가서 배우면 좋겠지만 비용면에서나 시간적인 면에서나 이 책이 참 효율적일 듯 합니다.

식당, 디저트, 맥주, 먹, 부채, 넥타이, 주물 등 다양한 분야의 전통있는 가게들의 비법을 간추려 소개해 줍니다. 어쩜 읽으면서 든 생각은 이들만의 비법이 생각대로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분야가 다르고 상품이 달라도 그들은 기본에 충실하다는 점에서 그 뜻이 통했는데요. 신선한 재료, 믿을 수 있는 재료로 정성껏 만든 상품, 인스턴트처럼 값싸고 빨리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보다 길게 보고 고객을 만족시키는 회사들이였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지역 친화적인 업체가 많았습니다.

진정 자신의 일을 즐기는 사람들만이 정성을 다해 일을 하고 고객에게 친절을 대대로 물릴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대를 넘기며 넘겨주는 곳도 있지만 기술이 더 뛰어나 사장직을 물려준 경우도 있었습니다. 물론 그 사이에는 다른 사연들도 있겠지만 우리 독자들마저 알 필요는 없을 것 같구요, 집안 계승이 아닌 경우도 있어 왠지 보기 좋았습니다. 왜 그때 북한의 '김정남'이 떠오르는진 모르겠지만요. ^^;

다양한 가게들을 소개하다 보니 한 가게에 집중하는 시간이 너무도 짧습니다. 다큐멘터리는 올해 1월에 끝났더군요. 20-30분 정도의 짧은 다큐여서 내용도 짧은 걸까요. 그래서 그런지 수박 겉핥기 식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가게가 백년을 이어올 수 있었던 비법들을 간추려 마지막에 잘 소개해 주고 있습니다. 성질 급한 독자들은 이 부분들만 읽어도 성공적인 가게 운영에 대한 팁들을 알 수 있겠는데요. 물론 그 가게들에 대한 스토리를 알고 나서 읽으면 좀 특별하게 느껴지지만... 이 부분들만 모아 읽으면 그게 그거 같고 거의 비슷비슷하다는 것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그만큼 기본에 충실하자... 이런 이론들에 가까워서 저는 제 이론이 얼추 맞다는 걸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내가 하는 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야 이처럼 백년을 유지할 수 있는 장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습니다.

깊이가 아쉬웠지만 좋은 책입니다. 다큐에 대해 조사하다 보니 뒤에 한국편도 나오던데요, 직접적인 상품, 가게 홍보가 될 수 있으니 외국편부터 시작한 것이 참 현명한 거 같아요. 각 가게들이 다루는 다양한 상품들을 알 수 있어서 좋았구요. 그리고 그들이 백년을 유지해 왔지만 미래를 대비하는 자세도 배울만 했습니다. 어떤 일이든 역시 기본에 충실하다 보면 운도 따를 것이고 운나쁜 길로 휘말릴 가능성도 적어지리란 나름의 철학을 확인받아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