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고 싶은 한국 베스트 단편소설 

 

 

 

 

 

  청소년기 때 깊은 영향을 끼쳤던 소설들을 다시 읽을 수 있어 보고 싶어 읽게 되었습니다. 수업시간에 배운 작품들이 대부분이지만 B사감에  대해 재미있게 얘기해주신 국어선생님의 추천을 듣고 현진건 단편선 사서 읽은 것들도 있네요. 추억이 새록새록, 그때의 감성이 몽글몽글 올라오리란 기대를 갖고 책을 읽게 됩니다. ^^ 지금 읽으면 또 다른 느낌일까, 그리고 작품들도 어릴 때는 정말 감탄하며 읽었는데 지금은 어떤 작품으로 평가할 수 있을까 오랜만에 가슴 두근두근 거리게 하는 책입니다. 표지는 평범하며 띠지의 아름다운 꽃과 같은 추상화가 평범함을 살짝 가려줍니다. 보통 두께에 글자가 살짝 큰 편이라 읽기가 좋았습니다.

 

 

 

 

  짧은 단편들이 모인 작품집입니다. 한 작품을 읽는데 짧으면 5분 정도 걸릴 정도로 짧은 작품도 있습니다. 거의 다 읽어본 작품이지만 재미있게도 모든 문장, 어감, 캐릭터들이 새롭게 느껴집니다. ^^ 첫 작품인 현진건님의 <운수 좋은 날>은 되도 않은 욕설이 오가 눈쌀이 찌푸려졌다가 가난한 살림과 첨지의 보잘것없는 직업에 안타깝다가 마지막에는 코끝이 욱신거리며 배에서 올라오는 설움? 같은 것이 올라옵니다. 어쩜 이리도 사람의 마음을 오물 오물 잘도 주무를까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게다가 당시 시대성까지 내포하고 있으니 말이 필요없는 명작입니다. 어릴 때 이효석님의 <메밀 꽃 필 무렵>과 함께 이 작품은 제게 작가가 되고 싶게 만든 작품인데요, 시대성과 시사성 그리고 감성을 자극하는 스토리텔링이 어린 문학소녀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답니다. ^^ 지금도 역시 변함이 없다는 걸 이 책이 입증해 줍니다.   

  <B사감과 러브레터>는 이제는 사감과 비슷한 나이가 되어 버려서 공감도 되고 처절하기도 합니다. 어릴 때는 마냥 웃기고 저리 되지 말아야지 싶었던 이야기가 해학만이 아니라 다른 것들도 담고 있었다는 걸 알게 해줍니다. 이상의 <날개>는 이렇게 길었나 싶게 꽤 긴 편입니다. 구절에서 마음에 드는 부분만 노트에 적어 다녔던 기억이 나는 단편이였는데 그 구절만으로 아주 짧은 단편으로 기억하고 있었나 봅니다. 무시무시한 천재의 글로 공감각을 자극하던 글들에 감성까지 담겨 있음을 느끼고 왠지 아련해집니다. 추억속의 글이 아니라 새롭게 탄생한 글인냥 새롭고, 어릴 때의 이해력만으로 작품을 기억해선 안되겠단 생각도 듭니다. 어릴 때 읽은 명작들을 다시 읽어봐야겠단 다짐도 하게됩니다. ^^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은 여진히 감성을 자극하며 눈앞에 메밀꽃을 펼쳐 줍니다. ^^ 

  그러고 보니 이 작품들이 제 가슴에 공명을 던진 것은 시험과 친구들 사이에 찌들어 오글어 있던 사춘기 시절때예요. 불행하게도 경쟁이 치열했던 학군에 속해 과외, 학원에 쉴 틈없이 어머니가 저희를 실어나르곤 했는데요. 그렇게 정신없던 때에도 꿈을 잠깐이나마 키우게 해 준 작품들을 만나니 정말 감회가 새롭습니다. 옛 친구, 은인이랄까요. 가슴속 깊이 숨겨뒀던 제 꿈을 다시 들춰줍니다. 어느 책에선가 책을 필사하면 그네들 흐름을 이해하는 데 좋다고 하던데 이 참에 필사를 한번 해볼까 합니다. 짧아서 좋고~^^ 감정이 풍부해져서 좋고~ 제 꿈에 더 가까이 다가가니 또 좋았습니다. ^^

 

 

 

 

 

  오래 전에 읽은 글들을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 방면에서 많이 변한 내가 읽는 것과 과거의 감성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사춘기 때 많은 영향을 받았던 작품들은 마치 오랜 만에 만난 친한 친구처럼 낯설지 않지만 뭔가 많이 변한 듯 합니다. 예전에 읽었지만 헤어진지 오래인 고전들을 다시 한번씩 들춰봐야겠단 생각이 들게 해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