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준호 - 나를 바꾸는 글쓰기

글을 쓰고 책을 내는 게 어릴 때는 꿈이였습니다. 어느 정도 커서는 현실에 눅눅히 젖어들다보니 현실과 꿈을 쫓는 잣대가 생기며 꿈은 슬쩍 밀어두게 되었는데요.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활동이 있다는 걸 알고 나서는 서평 쓰는 게 제 꿈을 키워나가는 장이 되겠다 싶더군요. ^^ 글쓰기는 서평으로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평생을 할 업이고 꿈이기에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필기구들이 위, 아래가 잘린 채 배치된 것도 매력적이였고 불규칙하게 그어진 줄들이 그어져 있어 제목과 왠지 잘 어울리는 표지디자인입니다. 책은 적당한 크기에 가벼워 휴대성이 아주 좋았습니다.

얼마전에 <당신의 책으로 당신을 말하라>라는 책이 떠오릅니다. 왜냐, 어점 똑같은 글쓰기인데 내용은 두째치고 어투에 따라 책의 느낌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다니 놀랍습니다. 물론 두 책 모두 차분하고 느린 흐름으로 친절한 책입니다. 하지만 제가 책을 많이 읽었기로 책읽기에 통달할 정도는 아닌데 두 작가의 전문성?이 어투에서 확 느껴지며 캐릭터가 뚜렷이 나뉘는 걸 느낄 정도로~ 초보 독서가가 보기에도 캐릭이 확실한 어감을 자랑하는 전문성을 보여줍니다. 두 책 모두 글쓰기의 비법, 실전에 들어갔을 때 필요한 노하우를 잘 알려주는 친절한 책입니다.

성격이 좀 급하신 편이라면 글쓰기 실전에 들어가는 것도 빠르고 출판사와 계약까지 나오는 <당신의 책으로 당신을 말하라>도 좋을 듯 하구요. 출판이 목적이 아니시고 성격이 좀 느긋하신 편이고 생에 언젠가는 좋은 글을 쓰고 싶으시다면 이 책이 좋겠습니다~ ^^ 저같은 경우 글쓰기 실전에 더 도움이 되는 책은 이 책이였는데요. 이유는 천천히 독자들을 물들여 가르침을 주는 책으로 제 느린 실천 템포와 거의 맞아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저자의 본문은 검정색으로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인용할 때는 갈색의 좀 더 작은 글씨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느리게 글쓰기 실전에 들어가면서 좋은 글들을 많이 소개해주며 한방울 한방울 독자들을 물들입니다. 이런 글을 쓰고 싶지 않느냐, 한발 한발 천천히라도 좋으니 따라 오너라 라고 하는 듯이 말입니다. 저같이 게으르면서 글 욕심은 많은 놀부 심보를 가진 작가지망생들이 열걸음에 한번 오체투지를 하며 따라가고 싶게 만드는 친절한 교제입니다. ^^ 저같은 경우 4장의 '하루 석 줄 쓰기로 충분하다' 말이 위로로 다가왔는데요. 매일 이런 저런 글을 쓰지만 이걸론 부족하다는 걸 알기 때문에 어느 정도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이런 저런 글이 아니라 내 꿈에 다가가기 위해 좁은 영역에서 글을 써야 되고, 더 집중해야 한다는 걸 알기 때문인 듯 합니다. 저처럼 이런저런 게으른뱅이 글쟁이들을 많이도 보고 만나는 교수님이시다 보니 이런 다독이는 글을 쓰신 듯 합니다. ^^

그래서 조금 느리고 답답한 느낌도 들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글쓰기 기술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권해드리고 싶지 않으네요. 글쓰기에 관심이 많아 다양한 책들을 두루 보고 있지만, 실상 도움이 되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압박감이 드는 게 글쓰기였다니 포기해야겠다거나, 글쓰기를 알려주는 책이 읽기 힘들고 믿음이 가지 않는 경우도 있어 오히려 글쓰기를 배우는 데 역효과가 있는 책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처럼 천천히 독자가 따라올 수 있도록 배려하며 다독이는 책들도 읽었는데요, 의외로 읽을 땐 좋았지만 뭘 읽었는지 쉬이 잊어버리게 되는 책들도 종종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는 나 자신을 다독일 수 있도록 좋은 책의 인용문이 많이 들어가 있어 종종 보고 싶어지는 책이 될 거 같습니다.

글쓰기는 나를 바꿀 수 있습니다. 혼이 담긴 글을 쓰다보면 나 자신을 더 알아갈 수 있고 책을 필사하다 보면 책의 비밀을 더 깊이 공유하며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지요. 작가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글쓰기 자체만으로 나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제목에서 보여주 듯 느린 흐름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글쓰기의 유익함, 즐거움, 글로서 바뀐 사람들을 많이도 보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도 바뀔 수 있겠구나, 몸과 머리로 배우는 기술이 아니라 마음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