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미칼로위츠 - 혁신본능

소제목인 <성공한 사업가는 무엇에 집중하는가>에 솔깃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세상은 너무 넓고 정보도 바다에 비유될 만큼 커져버려 어디에 집중하는가에 따라 그의 성공 여부가 달라지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선택과 집중은 사업가가 아니여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할 인생의 덕목으로 사업가가 될 가능성은 점점 옅어져만 가는 이런 시기에 저 자신을 일깨울 수 있을 듯 했습니다. 게다가 소자본 사업이라면 언제든지 시작할 용의가 있을 만큼 아직은 도전 의식이 남아 있어서 '진짜 사업을 만드는 방법에 관한 책'이라는 광고 문구도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구요. 반짝이는 검정 띠지와 깔끔한 표지 디자인이 조화롭게 깔끔하며 정돈된 이미지를 전달합니다. 책은 두껍지 않지만 재질이 좋아서인지 꽤 묵직했습니다.

얼마전에 읽은 <천재의 두 얼굴, 사이코패스>라는 책이 떠오릅니다. 그 정도로 한 쪽으로만 집중할 수 있는 사이코패스의 장점을 저자는 은연중에 발견한 것인지 무섭도록 사업에 열중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정리해 주고 있습니다. 솔직히 초반 부분에는 조금 섬칫할 정도의 사이코패스 기운이 느껴졌는데요, 그 이유는 다른 책들을 두세줄로 요약해야 된다며 비하하는 부분이 있어서였던 듯 합니다. 그래, 얼마나 잘 쓰는지 보자라며 조금 찢어진 눈으로 읽게 되었는데요. ^^ 역시 신은 공평하셔서 사업을 잘 하시는 분의 글이지만 글까지 잘 쓰지는 못한다는 데 안심하며 ^^;; 매끈하고 부드럽게 읽히기 보다는 삐그덕 삐그덕 마치 전공 서적처럼 딱딱하게 읽혀져 정독으로 읽어야 했습니다. 번역의 문제일까요, 저자의 문제일까요. ㅠㅠ 그러고 보니 책은 독특하게도 문단 처음에 띄워 쓰는 빈 공간이 없어 더 딱딱하게 느껴졌고, 마침표가 없거나 오자가 있어 눈쌀을 더 찌푸리게 만들었던 거 같습니다.

원작 제목이 Toilet paper entrepreneur로 조금 재미있게도 번역이 가능할 거 같았는데 역시 본문의 내용이 좀 딱딱하고 전문적인 느낌이여서 제목도 좀 딱딱하게 느껴지는 거 같습니다. 만약 본문도 제목도 좀 둥글둥글하고 재미있었다는 정말 좋은 평을 받을 수 있을 거 같은데 대중적인 재미와 호응을 바란 것이 아님을 저자는 초반부터 밝히고 있기 때문에 내내 좀 안타까웠습니다.

자신이 사업을 시작할 때처럼 거의 무일푼에 시작해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만큼 사업과 일에 미칠 준비가 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쓰여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내내 반감이 들었나 봅니다. ^^; 저는 일은 쉬기 위해 하는 거라 나른하게 개념짓고 있었는데... 정말 사업을 하려면 목숨을 바쳐야 되겠구나 하는 생각에 짐짓 작게나마 남아 있던 사업꿈을 내려 놓아야 할 때를 찾게 만듭니다. ^^; 그만큼 사업에 관한 자신의 생각이 확고하고 그것을 독자들에게 주입하기 위한 과정이 지지부진 재미없게 흘러갑니다. 강의를 해보신 분이 이런 식의 글을 쓰신 게 이해가 잘 안될 정도로 확신과 고집으로 뭉쳐진 글들로 자신의 설득력을 깍아내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2부부터는 조금 다릅니다. 실전에 들어가기 전, 들어간 후의 방법론으로 따로 정리해 둘 필요를 느낄 만큼 기술적으로 숨김없이 독자에게 나누어 줍니다. 그래서 사업을 준비해 오던 사람들, 사업을 막 시작한 사람이거나 시작해서도 새로움이 필요한 독자들에게 유용할 듯 합니다. 기존 비즈니스 서적, 자기 계발서에서 보지 못했던 사이코패스의 꼼꼼함이 돋보입니다. 기존의 서적들이 뭉턱뭉턱 큰 덩어리들을 독자에게 설명해주는 서적이였다면, 2부 부터의 방법론은 오밀조밀 여기저기 매복한 사건사고, 매복한 자신 내부와 외부의 적들을 상대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습니다.

문제는 초반을 잘 극복해야 이런 좋은 내용을 접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 애초 사업에서 끝장을 볼 사람들을 대상으로 쓰여졌다는 저자의 말이 사실임이 들어나고 자신의 글이 기존 책들보다 뛰어난 점이 있음을 확실히 보여줍니다. 꼭 이 책의 비밀을 알아보겠다는 집념을 갖고 이거해라 저거해라 독단적인 저자의 말을 꾹 참고 견디면 차곡차곡 쌓였던 비밀이 우르르르 쏟아집니다. ^^

사업가들의 다양한 분야에서의 생각의 틀을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사업가는 저자의 말대로 평범한 사람이 아니며 독특하고 특별해 흔치 않은 생각으로 회사와 자기를 일굴 수 있어야 된다고 합니다. 이제까지의 자기 계발서, 비즈니스 서적들이 큰 방향표로 가르켰던 방향에 이끌려 온 저도 알음직한 내용이지만 디테일이 살아 있고 세세한 심리 묘사와 실례들이 좋았으며 그만큼 저자는 독자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진솔하게 숨기지 않고 풀어놓고 있어서 설득력을 갖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