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태국을 다녀온 지인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집앞의 항아리는 그집의 부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과 관광의 나라로 알려진 밝음의 세계 뒤에 감추어진 가난이라는 또다른 세계가 얼핏 스쳐지나간다.

 이 책을 펼쳐보니 마치 영화를 보듯 그렇게 영상이 그려졌다. 3부로 나뉘어진 이야기엔 사물과 꽃, 나무 등의 자연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이어졌다는 점이 조금 독특했다. 대부분의 책들이 이야기가 줄거리나 내용 중심으로 연결되는 것에 반해서.

 태국의 음식, 일상 생활의 중심이 되는 종교, 그와 관련된 축제, 그리고 전통가옥이 즐비한 아름다운 시골 마을, 외국 관광객이 방문하는 바닷가 마을, 태국의 수도로 분주한 대도시의 모습을 모두 담아 태국의 이미지를 느낄 수 있다. 아직 가 보지 못한 나로서는 신비롭기도 했다.
 가족을 잃은 슬픔은 아마 겪어 본 사람은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또한 아버지를 몇 년 전에 암으로 떠나보내면서 얼마남지 않을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표현할 수 없는 아픔을 겪었는데 엄마를 떠나 보내는 어린 카티의 마음이 어떠하였을지 미루어 짐작된다.

 열한 살 카티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와 물 위의 집에서 살지만 엄마를 기다렸다. 엄마를 그리워하는 카티는 엄마를 바닷가의 집에서 만난다. 루게릭 병에 걸린 엄마의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고 엄마의 마지막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엄마를 떠나 보낸다. 엄마가 떠났던 날 하늘꽃이 눈부시게 피었다. 
궁금해서 인터넷에서 하늘꽃과 공작꽃을 검색해보니 하늘꽃은 하늘색의 이쁜 꽃이었고, 공작꽃은 하려한 모습의 꽃이었다.
엄마가 남긴 물건들을 정리하고, 엄마가 살던 도시의 집에서 앨범 속에서 아빠의 사진을  보게 된다.
자신의 삶에서 사라진 퍼즐 조각을 찾는 여행, 그건 아마 아빠를 찾는 거였으리라.
아빠, 가족,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사랑, 행복 진정한 행복에 대해 카티의 눈으로 그려진 세상은 아이의 해맑은 모습처럼 순수하고, 아픔만큼 더 성숙해지는 아이의 성장기를 절제된 언어로 표현한 아름답고, 감동적인 이야기다.

  제 14회 부산 국제영화제 초청작에 선정되기도 했다는데 기회가 된다면 영화로도 한 번 보고 싶다.





예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