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똥의 작가 권정생 선생님께서 남북의 어린이에게 남긴 이야기 가운데  한 편인 <똑똑한 양반>은 마치 선생님께서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듯한 구연체의 이야기랍니다.
책 속의 삽화를 봐도 내용이 짐작이 가요. 처음에 아이에게 몇 장을 읽어주니 아이가 귀를 쫑긋 세우면서 끝까지 듣더라구요.
이 책을 아이에게 읽어라고 던져주기 이전에 엄마가 한 번 쯤 엄마의 목소리로 먼저 들려 주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이야기를 다 읽고 보니 좁쌀 한 톨로 장가든 총각과 내용과 구성이 조금 비슷한 점도 있었지만, 게으른 총각의 지혜로움에 저도 모르게 아이와 즐거운 이야기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뭔가가 있더라구요.

 게으른 총각이 새끼 서 발로 깨진 물동이랑 바꾸고 깨진 물동이를  물 길러 온 아가씨의  새 물동이로 바꾸는 가하면  죽은 개와 바꾸고,........
물 긷는 우물에 죽은 처자를 데려와서는 아가씨가 죽게 한 것처럼 꾸며서 아가씨를 데리고 가죠. 그러다 말을 탄 양반을 만나게 된답니다.
양반이 내는 수수께끼는 "젊어서는 파란 주머니에 은돈이 가득 들었고 늙어서는 빨간 주머니에 금돈이 가득 든 게 무언가?"였어요.
지원이는 이 수수께끼를 풀지 못했어요. 정답을 알려주니 그렇구나 하는 표정이었죠.
양반이 낸 수수께끼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진리가 아닌가 싶어요.
하지만, 게으름뱅이 총각이 낸 수수께끼는 새끼 서 발, 깨진 물동이, 안 깨진 물동이, 죽은 개, 산 개...... 이렇게 세상을 살다보면 때론 정해진 원칙보단 지혜와 융통성 등 세상을 살아가는데는 슬기로움도 필요하다는 것을 작가는 이야기해주고 싶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아이들이  똑같은 일상을 보내기 보단 아이들의 개성과 창의력을 통해서 아이들의 숨은 끼를 발휘하도록 도와주는 일 또한 우리 부모, 아니 어른의 몫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 책에는 <똑똑한 양반>과  <업이하고 가재하고> 두 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업이하고 가재하고>에서는  아홉 살 업이가 호랑이에게 잡아 먹힐 운명이라는 스님의 이야기를 듣고 업이를 떠나보내는 이야기랍니다. 업이가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가재를 구해주는데 가재가 호랑이로부터 업이의 목숨을 구해준다는 미물도 은혜에 보답한다는 보은의 내용이죠. 선비와 까치의 내용과 흡사해요.

 아이들에게 우리의 옛이야기를 많이 들려주면 좋다고 하대요. 지금은 만날 수 없지만, 언젠가 만나면 우리의 옛이야기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었음 좋겠어요.  이 이야기들도 남북의 어린이들이 함께 모여서 읽고, 이야기 할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아마 권정생 선생님께서도 멀리서나마 행복한 미소를 지으실 테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