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1시. 시인은 오후 1시 지금 이시각은 누구나 다 쉬는 시간이라고 했다.
새들이 숲으로 쉬러 오는 시각. 벌레들도 걱정 없이 편안히 쉰다는 오후 1시.
편안하게 쉬고 싶을 때 펼쳐 들기에도 딱 좋은 시집이다.
초등 3학년인 지원이도 이 시집을 후딱 읽어 버렸다. 나또한 마찬가지다.
오후 1시처럼 편안한 쉼터 같은 시들이 담겨 있는 시집이다.
시력 30년의 시간이  시 속에 녹아있어 시인은 마치 어른이 아닌 아이가 되어, 아이의 입을 빌어 아이들에게 시를 들려주고 있다.

다들 쉬는 여름날 오후 1시에 시인을 무얼할까?

시인은 바람은 착하지. 잎사귀들은 착하지. 하루살이와 나귀, 달개비는 파랗지 이렇게 시의 제목에서도 자연과 동, 식물을 소재로 했다. 그리고 꽝꽝나무도. 자연도 우리의 일부이고, 함께 살아가는 친구 같은 존재로 여기고 있다.


아버지는 자신이 기른 어린나무를 깊은 산속에 소중히 옮겨 심었고,
아버지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어 미안했단다.


가진 것이 넉넉하지 못해
충분히 거름을 주지 못한다는 점과
배운 것이 없어
좋은 말을 들려주지 못한다는 점이
늘 부끄러웠습니다.

단지, 아버지가 
어린나무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라곤
잘 커다오, 꽝꽝나무야,
그 말뿐이었습니다.
 
-잘 커다오 꽝꽝나무야 - 中에서

우리집에도 얼마전부터 화분을 몇 개 사서 식물을 키우고 있는데 꽃이 피고, 새로운 싹이 나면 아이들은 기분이 좋아지고, 나또한 기분이 좋다. 식물을 키우는 것도 자식을 키우는 것도 애정과 사랑, 관심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잘 커다오, 꽝꽝나무야, 그 말뿐이었다?
솔직히 내 생각에는 잘 커달라는 말, 잘 자라달라는 말이 어쩌면 나무나 아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말 가운데 가장 애정어린 말이 아닌가 싶다. 다른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동시라는 느낌보단 다소 이야기 같다는 느낌이 묻나는  동시도  없지 않아 있다. 하지만 어렵지 않은 시어들로 세상을 아이처럼 순수하고 맑게 바라보는 시인의 마음이 너무나 애틋하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