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요즘 아이돌 음악에 별 관심이 없다. 사실 이 책에 나오는 지금 현재 인기 정상에 있다는 걸그룹들의 이름들은 들어보았지만, 그 그룹의 멤버들 개인의 이름은 알지 못한다. 이 책에 나오는 아름다운 얼굴들도 물론 내 눈에 익지 않다. 자랑스럽진 않지만 사실이다.ㅠ.ㅠ.. 이런 시대에 무감각한 사람 같으니...

하지만 나는 나름대로 성실하다. 걸그룹을 싫어한다든가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든가... 하는 건 아니다. 나는 나의 관심사가 있고, 먹고 살기 위해 일하는 틈틈이 내 관심사에 충실하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을 한다. 물론 음악을 좋아한다. 그러나 내 관심사는 음악을 들으면서 하기가 곤란하다. 집중해서 해야 하는 일들이기 때문이다. 나는 태어날때부터 태생이 책벌레이다. 책읽고 서평쓰는 것이 나에겐 가장 행복한 일이다. 관심분야도 다양해서 읽어도 읽어도 읽고 싶은 책들이 끝이 없다. 그런 호기심의 끝에서 나는 걸그룹을 방송매체가 아니라 마침내 내가 가장 무지한 분야인 메이커업 책을 통해서 만나게 되었다.

이 책을 만나게 된 또 하나의 이유는 (사실 내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먹물만 찍히면 거의 모든 책을 읽는다고 하지만, 메이커업 북은 근처에도 못 가봤다. 편식을 하지 않는데에도 나름 한계는 있는 법이다.) 최근 5년 가량 나의 두번째 관심사로 등장해서 첫번째 관심사를 강력하개 위협하고 있는 사진 덕분이다. 사진의 세계에 입문한지 5-6년. 사진의 세계를 다양하게 접해보려고 노력을 했지만, 이젠 내가 좋아하고 잘 할수 있는 분야가 대체로 정해졌다. 난 대부분의 사진애호가들이 관심을 가지는 인물 사진이나 풍경사진보다는 정물사진이 적성에 맞다. 풀, 꽃, 나무잎사귀, 나무줄기, 나무뿌리, 시든풀... 이렇게 남들이 잘 관심을 가지지 않는 분야에 내가 소질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한분야에만 관심을 가져서는 사진의 넓은 세계를 다 이해할수 없다. 또 다른 분야에서 사용되는 기법을 응용할수 있는 기회도 차단된다. 눈을 넓게 가지고 다양한 방법론을 이해하고, 자신의 분야에서 새로운 방식의 접근을 시도해가는 것이 꼭 필요하다. 그래서 접하게 된 것이 전혀 나와는 상관없을것 같은 이 책. 걸 그룹 메이크업 북이었다. 인물사진을 찍을때 빛이 물론 중요하다. 순간적으로 얼굴에 스쳐가는 인상을 잘 잡아내는 것이 살아 있는 사진을 찍는 핵심 포인트라고 한다. 그리고 인물에게서 잡아내고 싶은 그 인상을 가장 잘 드러내게 하는 메이커업도 물론 중요할 것이다.

연예인이 어떤 이미지를 강조하고 싶을때 컨셉에 맞는 메이커업과 머리모양, 조명, 피부색조, 그리고 그에 알맞는 표정과 조명이 사진의 퀄리티를 만드는 요소일 것이다. 유명한 인물사진 작가들의 작품을 보면 항상 빛이 강조되는 것을 알수 있다. 그리고 그 빛의 디테일을 결정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 바로 메이커 업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연예인들의 표정과 자세, 이미지, 그리고 그 이미지에 알맞는 메이커업을 관찰하면서 이미지와 표정, 메이커업이 어떻게 어루러지는지, 메이커 업의 힘이 어떤 것인지, 어떤 메이커 업의 방법론이 있는 것인지, 그런 메이커업을 통해 어떤 느낌을 강조할 수 있는지를 공부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아는 것은 힘. 다양한 연계지식을 습득하는 것은 더 넓고 창의적인 시야를 확보하는데 절실하다. 이 책을 통해서 나의 지식의 맹점을 하나 보완했다. 앞으로 잡지를 볼때 이제까지 내가 보지 못하고 놓쳤던 것을 볼 수 있는 새로운 시선이 생겼다. 세상은 보이는대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어떤 시선으로 보느냐에 따라 서로 다르게 보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사진의 관점을 얻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얼굴의 표정을, 아름다움을, 미를 얻고자 하는 사람들. 생기를, 어떤 이미지를 표현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아마도 내가 얻은것보다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다양한 메이커업과 표정의 세계, 이미지의 다양성에 관해 많은 것을 얻었던 고마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