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베 미유키 라는 작가에 대해 말하고 싶어진다.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그녀에 대해 표현하자면, '독자를 수사에 참여시키는 작가' 라는 말이 가장 어울릴 듯 했다. 3인칭 작가시점이긴 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은 완전히 형사를 기준으로 흘러간다. 형사의 고뇌, 형사의 행동, 형사의 추리를 모두 따라간다. 어떤 점에선 형사를 꿈꾸는 이들에게 좋은 간접체험이라고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형사라는 직업을 아주 세세하게 그려낸다.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에서 독자는 사건에 대한 모든 것을 함께 한다. 피해현장을 확인하고, 유가족을 만나고, 용의자를 심문한다. 그 두꺼운, 심지어 한 권으로 끝나지 않았던 모방범을 주구장창 읽었던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소설의 호흡을 따라가는 그 과정이 너무나 짜릿하다. 특히 취조실에선 그 현장감에 오싹하기도 하고.

그럼에도 그녀의 소설은 인간적이다. 형사는 범인만 잡는 로봇이 아니며, 피해자 가해자 용의자 라고 해서 무조건 억울하고 나쁘고 불쌍하지 않으며, 각자 그들 만의 삶의 고민을 보여 준다. 말도 안되긴 하지만, 인간이기에 느끼는 감정들과 인간이기에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보여주는 것이다.

'가상가족놀이'. 파격적이고 비현실적인 설정이라고 생각했었지만, 그 속까지 다 들여다보니 어쩌면 내 주위에서도 진행 중일지도 모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나도 당연히 가족이란 게 있으니 자꾸만 여러가지 생각을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 그 긴 수사를 함께 해서 좀 피곤해지기도 하고, 그만큼 생각도 자꾸만 많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