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이 책이 가끔 눈에 들어왔다.

버스에서 옆 사람이 읽고 있는 것도 봤고, 도서실에 있는 것도 봤지만

선뜻 이 책을 펼쳐보기가 두려웠다.

책의 제목처럼 '아이를 아프게 하는 엄마'가 바로 나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호되게 야단맞을 각오를 하고 책을 펼쳤다.

 

현재 '(사)알투르사'라는 여성상담소 소장으로 있는 저자는 여성들을

'니'라는 독특한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어머니, 아주머니, 언니 등의 말에서 어원을 찾은 말이라고 하는데 그럴듯하다.

저자는 우리나라 어머니들만이 갖는 특유의 특성을 '포함'이라는 말로 설명하고 있다.

우리나라 여성들은 가족을 각각 독립된 존재로 보질 못하고

나에게 '포함'된 존재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많은 문제점들이 바로 이 '포함'이라는 것에서 비롯되고 있다.

 

또한 많은 여성들이 아직도 자신의 어머니의 존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을 지적한다.

어린 시절의 아픔을 묻어둔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끄집어 내어

털어내야 비로소 진장한 자신을 찾고 아이들을 대할 때도 과거의 그늘에서 벗어나

아이들 그대로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다고 한다.

그럼, 나는 어떤 과거의 아픔을 지니고 있나 생각해 보게 된다.

비교적 무난한 성장과정을 거친 나는 뭐 그다지 큰 아픔이랄 것이 없는 것 같다.

굳이 찾는다면 나는 어렸을 때부터 어른들의 많은 관심과 기대를 받으며 자랐는데

안타깝게도 그 기대에 부응하는 딸이 되지 못했다.

그 이유로 늘 주눅들어 점점 소심한 아이가 되어갔던 것 같다.

나의 이런 기억이 지금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의 열등감을 아이들에게 쏟아붓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이를 잘 기르는 것이 결국은 '나'의 모습을 찾고 위로받는 것이었다.

자신의 자존감이 없는 엄마가 아이를 잘 기를 수는 없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