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꺼내 읽었다. '오만과 편견'이라는 제목에서 오는 경직된 느낌과는 달리 여성작가의 필력이 돋보이는 섬세한 소설이다. 당시 영국의 결혼문화를 잘 표현한 수작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그들의 결혼 문화는 우리와 참 다르면서도 같다. 자녀들이 결혼 적령기가 되면 마치 품평회 하듯 무도회에 나간다. 그 곳에서 여자들은 남자들이 춤을 청해오길 기다리고 남자들은 맘에 드는 여자들을 골라 춤을 청하고 대화를 시도한다. 그 속에서도 지켜야한 예의들이 많고 이에 어긋나면 많은 구설수에 오르기도 한다. 이런 풍습의 최대 피해자가 다아시가 아닌가한다. 평소에 무뚝뚝하고, 남의 일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으며 맘에 없는 달콤한 말로 자신을 치장하는데 서툴었던 다아시. 사람들은 이런 다아시의 겉모습만 보고 그가 오만하다는 편견을 갖는다. 그리고 그에 대한 오해는 눈덩이처럼 커져만 가고.

나는 이런 다아시를 보면서 참 많이 공감했고 그가 많이 안쓰러웠다. 나와 닮았기 때문이다. 나도 다아시처럼 그다지 사교적이지 못하고 달콤한 말로 남을 기분좋게 하는 재주가 없다. 그래서 다아시와 같은 오해를 많이 받는 편이다. 다아시가 알고보니 아주 정많고 정의롭고 괜찮은 사람이었던 것처럼 나도 (다아시처럼 정의롭고.. 뭐 그런건 아니지만) 알고보면 차가운 사람은 아닌데...

 

어찌됐든 간에 엘지자베스를 비롯한 다섯 자매, 그리고 주변 인물들이 사랑하고 결혼하는 다양한 모습들을 보며 참으로 많은 사랑법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순순할수 만은 없는 그들의 사랑과 결혼. 예나 지금이나 무시할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이 아닐까.

 

초등학교 6학년인 딸의 권장도서 목록에 <오만과 편견>이 들어있다. 초딩한테 오만과 편견이라니... 어떤 생각으로 초딩에게 이 책을 읽히려 하는 걸까.. 단지 '사람의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말아라' 하는 교훈을 주기 위해서? 이건 아니라고 본다. 고전에 담긴 그 풍성한 이야기와 행간의 의미를 이해할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주면 안될까..제발 고전을 요약해서 초딩에게 읽히지좀 말았으면... 또 흥분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