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물건'이라. 자칫하면 야릇한 상상을 할수도 있는 제목이지만,뚜껑을 열고 보니 살짝 들었던 상상이 민망할 정도로 순수하게 남자들이 애장하는 '물건'에 대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독자로 하여금 그런 상상을 유도하려는 의도가 다분한 중의적 표현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책이 남자들에 대한 얘기가 아닌가.

전편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에 이어 일관되게 재미있는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넉살 좋고 솔직한 특유의 말투도 여전하다. 여자들은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사는 것이 젤로 피곤하다고 하지만 김정운 교수를 비롯한 남자들은 대한민국 남자들이 젤 피곤하다고 하니... 도대체 누가 더 살기 힘든 것일까. 예전에는 여자들의 희생이 월등히 컸지만 이제 남자들의 고충이 늘어나다보니 상대적으로 더 크게 느껴지느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책의 중반부터는 유명인사의 애장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 사람이 어떤 물건을 아끼는가 하는 것으로 그 사람을 알수 있는 것 같다. 이 중 안성기의 '스케치북', 유영복 교수의 '벼루', 조영남의 '안경'이 흥미로왔다. 안성기는 내가 생각해던 것 보더 훨씬 더 재미없을 정도로 반듯한 사람이고, 조영남은 안성기와는 다른 별 사람인것 처럼 영혼이 자유로운 사람이다. 신영복 교수 편에서는 내가 평소에 갖고 있던 궁금증은 해소해 주었다. 앞날을 짐작할수 없는 암흑같은 수감생활 동안 어떻게 그렇게 정갈한 편지들을 주고받을 수 있었는지... 자신은 감옥의 검열이 엄격해서 정갈한 글을 쓸수 밖에는 없었다고 둘러대지만, 진정한 뜻은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태도'에서 우러나는 것이었다. 그리고 '처음처럼'이란 소주의 멋드러진 글씨체가 신용복 교수의 서체라는 것이 놀라웠다. '서울'이라는 로고 글씨도 이분의 서체란다. 컴퓨터의 '엽서체'도 그렇고.. 오호.. 놀라운 사실.

뭔가 이렇게 애착을 갖고 있는 물건 하나쯤 있는 것도 행복한 일인것 같다. 나에게 애장품이 뭐냐고 묻는다면 딱히 둘러댈 것이 없다. 너무 개성도 없이 신념도 없이 살아온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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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삶이 재미없는 이들은 대부분 세상이 뒤집어지는 어마어마한 재미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 그런 재미는 없다. 행복을 거창하게 생각해서는 절대 행복해질 수 없다. 내가 좋아하는 게 분명해야 설레는 삶을 살 수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지난 한 주간 내 일상에서 가장 기분 좋았던 순간을 떠올려보면 된다. 내가 가슴 셀레며 기다렸던 일을 기억해내면 된다. 바로 그 일들이 내가 재미있어 하는 것들이다. 그 설레는 일들을 끊임없이 계획하며 살면 된다.

 

왜 성공한 사람은 재미라고는 전혀 없는 성직자의 삶을 살아야 하는가? 왜 재미있고 즐거워서 성공했다고 이야기하는 경우는 전혀 없을까? 왜 꼭 실패와 역경을 딛고 성공했다고 이야기하는 것일까? '여유''재미''나눔'과 같은 풍요로운 이야기는 왜 한국식 성공 내러티브에는 전혀 포함되지 않는 걸까?

 

이젠 '근면''성실''고통''인내'같은 지난 시대의 내러티브와는 구별되는 새로운 차원의 성공 내러티브가 필요하다. '재미''행복''즐거움'의 내러티브가 진짜 성공한 삶의 조건이다.

 

'재미없는 삶은 무효'(윤광준의 말)

 

신영복은 '과정으로서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뒤통수를 맞는 느낌이었다. 삶이란 목적을 사는 게 아니라, 과정을 사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물론 목적이 중요하다. 그러나 목적에 의해 과정이 생략된 삶을 사는 것처럼 불행한 삶이 없다.(신영복의 벼루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