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다.

그 중 한 친구가 말했다. "사는건 아둥바둥 버티는 것 같아"

또 다른 친구가 말했다. "나는 사는게 견뎌내는 것 같아"

그리고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언젠가 올 죽음이라는 경험을 기다리는 게 사는 것 같다...'

버티는 것과 견뎌내는 것, 그리고 기다리는 것...그 간단한 단어들 사이에 참 많은 차이가 존재하는 것 같다.

삶이란 것은 이처럼 사람마다 다른 의미가 되는 것 아닐까?

죽음이라는 경험에 직면한 세명이 이 책의 주인공이다.

백화점 매장담당과장인 쓰바키야마, 야쿠자인 다케다, 그리고 고작 일곱살에 불과한 유타...

쓰바키야마는 자신이 하던 일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를 확인하고 가족과의 이별을 위해,

다케다는 자신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풀기위해,

그리고 유타는 생전에 알았지만 모른척 하고 있었던, 하지만 궁금했던 것을 알고 인사를 하기위해

죽음의 순간부터 7일간 역송이라고 하는, 다른 사람의 외양을 빌어 다시 현세에 도달한다.

그리고 그들이 각각 그들이었을 때

알지 못했던 사실을 알게 되고, 의문을 풀게 되고, 할 수 없었던 인사를 하게 된다.

그것으로 그들은 세상과 사람들과 진정한 이별을 하게 된다.

소위 1인칭 주인공이었을 때 몰랐던 사실들, 그 진실들을

제3자가 된 이후에야 자신의 삶과 사람들을 제대로 보고 받아들이게 된다.

우리가 우리였을 때 알 수 없었던 사실들...

이 책을 본 다음에야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된다.

7일이라는 시간... 살아있는 이들에게는 이들을 애도하는 시간,

직장인에게는 가족이 사망하였을 때 주어지는 7일간의 특별휴가,

그 7일이라는 시간의 의미를 이 책을 읽으며 되새기게 된다. 그 시간은 곧 산 자와 죽은 자 간의 삶속에서의 인연을 정리하고 마음으로부터의 이별을, 정리를 할 수 있는 시간들...

망자로서는 자신의 삶을 제대로 마무리할 수 있는 7일간의 시간이다.

어쩌면 현생을 살아내고 있는, 그것이 견디는 것이든, 버티는 것이든, 혹은 기다리는 것이든

그 시간을 살아가는 나에게 있어 죽음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 죽음이라는 경험과, 이별을 하고 삶을 정리한느 7일이라는 시간을 통해

지금의 나의 삶을 그리고 주위의 사람들을 바라보게 된다.

나는 과연 내 삶을 제대로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나는 과연 내 주위의 사람들을 제대로 보고 있는 것일까?

나 자신으로서는 "제대로 본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가져본다.

사람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모든 상황을 판단하고 받아들이고 해석한다.

그러기에 제3자일 때 볼 수 있는 것을 "나"라는 존재로서는 볼 수 없는 것이 아닐까?

가장 좋아하는 일본 작가를 꼽으라면 나는 항상 아사다 지로를 1등으로 꼽았다.

가볍고 유쾌한 이야기들, 쉽고 재미있게 책장이 넘어간다.

그러나 항상 눈물을 흘리면서 책의 마지막 장을 넘겼었고, 끝까지 다 읽은 후에도 항상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나라는 존재에 대해, 삶에 대해, 그리고 인간에 대해...

이 책도 예외는 아니었다. 눈으로는 글자를 읽는 동안 재미있고 흥미진진해하며, 간간히 등장하는 공무원에 대한 가벼운 듯 하지만 뼈가 있는 지적들에 대해 읽어가는 동시에

머릿속으로는 나와, 가족과, 친구와 동료에 대해

그리고 내 삶에 대해, 삶의 태도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결국은 눈물을 흘리게 된다.

오랜만에 아사다 지로의 책을 읽은 지라, 잊고 있었다. 절대...사람이 많은 공공장소에서는 이야기 후반부를 읽으면 안된다는 사실을...

출퇴근하며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나로서는 아주 당황스러운 경험...

만원지하철에서 손잡이에 매달려 책을 읽으며 중심을 잡기 위해 애쓰고,

사람들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애쓰고, 그리고...눈물을 흘리지 않기위해 계속 훌쩍여야 했다.

있는대로 애쓰며 울지않기 위해 버텨야 했다. 그리고 도대체 왜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고 중얼거린다.

눈물을 흘리라고 쥐어짜는 이야기도 아니건만, 아주 슬픈 이야기도 아니건만,

왜 눈물이 나는지 모르게 계속 눈물이 나면서 내 생을 곱씹어 본다. 눈꺼풀을 비집고 나오려는 눈물을 욕하며 말이다.

한동안 무미건조하면서도 감정적인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또다시 벽에 부딪혀 도대체 언제 이 힘겨운 생이 끝날까를 생각하고 있었다.

쓰바키야마 과장의 삶의 정리를 보며 내가 인식하는 나의 생은 편협하고 왜곡된 시각속에 스스로에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를 고민해 본다.

다케다를 통해 나의 삶과 연결된 주위 사람들의 삶을 생각하게 되고,

유타를 통해 내게 주어졌던 모든 것들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죽음이라는 순간을 생각하며, 과연 나라면, 내가 그들이라면 반성버튼을 누르고 밝은 빛으로 걸어들어갈지

아니면 제3자로라도 다시 돌아와 나의 삶을 정리하고 이별을 받아들일지 고민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