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에서 30년간 정치철학을 가르치고 있다는 마이클 샌델(Michael J. Sandel)은 흥미로운 주제로 하버드에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그 주제는 바로 정의(Justice)다. 요즘 세상은 정의란 걸 찾아보기 힘든 사회이고, 세상이 부패해진 마당에 무슨 정의냐고 반문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더욱더 정의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뒤돌아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저자 마이클 샌델은 하버드대의 학생들에게 그리고 또 이 책의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정의... 그래 옳다는 것은 무엇일까?" 이 심술굿은 저자는 한가지 상황을 설정해서 여기서 너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어라고 질문을 한다. 만약 저자의 질문에 대해서 깊이 고민하지 않고 대답을 하면 이미 당신은 함정에 빠진 자신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뒤따르는 후속질문들이 그 문제를 쉽게 건드릴 수 없는 복잡한 딜레마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가령 이런 식이다.

 "당신은 기차 운전수이고, 기차가 고장났다. 앞 선로에는 5명의 사람이 서있고, 옆의 비상선로에는 1명의 사람이 서있다. 이 상황에서 어느 쪽 사람을 죽이는게 옳은 선택인가?" 와 같은 질문으로 시작한다.

이 질문에 만약 1명의 사람을 희생시키는게 옳다고 말한다면, 

"만약 다수를 위해 소수를 희생시키는게 맞다면, 기차가 고장났을 때 선로 옆의 사람을 밀어서 희생시켜서라도 더 많은 사람을 구해야 옳은가?"라는 추가 질문으로 더욱 궁지로 몰아간다.

(이 질문은 http://justiceharvard.org의 첫번째 강의 "The Moral Side of Murder"의 한 부분이다. - 안그래도 어려운 개념 영어로 설명해서 더 어렵다. 그냥 책으로 보는게 더 쉽다.)

 

 이 저자의 곤란한 점은 계속 질문을 통해 공격하지만, 결코 정답을 던져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답은 스스로 직접 생각해내야만 한다. 스스로 생각해내야 하기에 그 과정에서 얻는 것도 많다.  마이클 샌델의 강의는 여러질문에서 아리스토텔레스에서 벤담, 칸트, 롤스까지 서양의 굵직굵직한 철학자들의 사상을 등장시키고 끌어와서 여러 견해를 보여준다. 이 과정은 꽤나 정교해서 감탄이 일어날만큼 강의의 수준이 높다. 다만 개인적인 감정이지만 저자가 갖은 질문으로 곤란하게 해놓고, 정작 자신의 의견과 결론은 제시해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정의란 무엇인가]란 책은 한번 보고 모든 걸 파악하기에는 힘들고 두고두고 생각할 가치가 있는 꽤 난해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