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수많은 종류의 나무를 보아왔고 나무는 항상 주위에 있었다. 집을 나서면 길에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이 나무일만큼 나무는 우리의 곁에 가장 가까이 있다. 그런데 나는 매일 보는 나무도 그 이름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닫게 되었다. 관심이 없었다기보다는 늘 함께 하다 보니 그냥 삶의 일부가 되어 특별한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책을 읽기 전과 후 나무를 바라보는 느낌에 있어 그 차이가 확연히 다름을 스스로 알 수 있었다.

 

나무에 그처럼 깊은 의미가 있고 많은 이야깃거리가 존재할 줄은 정말 몰랐었다. 3월부터 12월까지 각 달마다 나무가 분류되어 있는데 내가 모르고 있던 나무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을 알고 매우 놀라기도 했다. 보았는데도 그냥 지나쳤던 것일까. 아니면 아직 내 눈에 띄지 않았었던 것일까. 책에 실려 있는 생명력 넘치는 사진들이 마치 나무를 눈앞에서 직접 보는 듯 그 느낌이 생생히 전해진다.

 

봄의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가 새싹에 관한 내용이 마음에 무척 와 닿았는데 요즘 길거리를 나서면 나무에 새순이 돋아있는 것을 많이 볼 수가 있다. 어떤 새순은 반짝 반짝 윤이 나기도 하고 어떤 새순은 보송보송한 털이 부드럽고 탐스럽기도 하다. 나무의 막 태어난 아기인 새순은 연약하기도 하지만 강한 생명이 느껴지는 한 없이 아름다운 존재인 것이다. 이 새싹에 여러 가지 색이 존재한다는 것을 책을 읽고 깨닫게 된 것은 나에게 있어서 매우 큰 수확이다. 새싹의 모양이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느꼈을 뿐 색에 대한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색에 대한 인식을 하고 나자 길을 지나다니면서 보이는 모든 나무의 새싹이 너무나 다양한 색을 띄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치 여러 가지 다른 색의 옷을 입은 듯 각각 저만의 색을 뽐내고 있었다. 나무에 피는 꽃들이 이런 새싹의 색을 그대로 이어 받았으리라. 생각하면 할수록 정말 사랑스럽지 아니할 수 없다.

 

특산 식물에 관한 이야기는 많은 가르침을 주는 대목이었는데 우리나라에서만 나는 특산 식물이 이렇게나 많은 것은 축복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그것을 소중히 여기지 못하고 연구하지 못한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가 알아보지 못한 미선나무의 소중함을 외국인이 먼저 알아보았다는 이야기는 너무나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할 지경이다. 그리고 개나리가 우리나라의 특산 식물이라는 것과 학명이 ‘한국개나리’ 라는 것을 이번에 책을 읽으며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매년 봄이면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개나리가 우리의 특산 식물이었다니 정말 자랑스럽다. 그와 동시에 나에 대한 부끄러운 마음도 들었고 앞으로는 나무에 대해서 더 많이 공부하고 소중한 마음을 가져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나무의 이름이 지어진 이야기에 대한 부분도 무척 흥미로웠다. 나무 하나하나의 이름이 그냥 붙여진 것이 아니라 모두 그 나름대로의 이유와 뜻이 있었고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는 이름도 있어서 더욱 정겹고 가슴에 와 닿는다. 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러한 나무들의 이름을 적절히 붙여준 선조들의 재치에 재미를 느끼기도 하고 새로운 것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즐거움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겨울과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가 나무의 과학적인 생리작용에 생명의 신비로움도 느꼈고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스스로 많은 자구책을 강구한 그 지혜로움에 감탄이 나오기도 했다.

 

나무란 정말 고맙고 소중한 존재이며 친한 친구와도 같은 편안한 휴식을 준다. 이러한 나무에 대하여 더 많은 것을 알게 되고 유익한 상식도 새로이 얻은 귀중한 시간에 감사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