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를 겪으면서 오는 마음의 불안과 알 수 없는 소외감은 자신의 안에 어떤 괴물을 키우기도 한다. 모든 사람이 같은 괴물을 키우지는 않지만 그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닮아있다. 몬스터의 주인공인 코너는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청소년이다. 비록 순탄치 못한 가정에 어머니마저 병이 들어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지만 코너는 지극히 평범한 한 명의 학생일 뿐이다. 그런 코너의 안에 언제부터인가 몬스터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가장 외롭고 고독한 시기에 고민을 들어 줄 상대가 아무도 없던 소년은 스스로 그 대상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러고는 끝없이 자신과의 대화를 시도한다.

 

몬스터는 코너의 복잡한 심리상태를 그대로 표현해 주면서 책 전체에 걸쳐 독자들에게 많은 것을 이야기 해준다. 인간의 모순된 양면을 보여주기도 하고 선과 악의 기준이 무엇인가도 생각하게 해준다. 보는 관점에 따라서 선이 악이 되기도 하고 악이 선이 되기도 하는 이해하기 힘든 진실 앞에서 인간이란 어쩌면 자신의 잣대에 비추어 선과 악을 정의하는 이중적 동물이라는 생각도 해 보았다. 확실한 가치관이 성립되는 청소년기에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서 뚜렷한 자신의 주관을 세우지 못한다면 더욱 힘든 혼돈의 시기를 겪을 수도 있는데 코너는 자신이 처한 내외면의 모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다 보니 뜻하지 않게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 오기도 했다.

 

인간의 본성 중에 이성으로 눌려져야만 하는 폭력성이 몬스터의 힘을 빌려 표출되는 장면은 코너가 더 이상 어찌해 볼 수 없는 자신의 상황을 극단적인 선택을 통해 해결함으로서 마음의 안정을 찾고자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폭력은 분명 좋지 않은 결과를 가지고 온다. 코너는 잠재된 분노를 폭력으로 폭발시켜 일순간 마음의 짐을 덜어내지만 그것은 가족에게도 마음에 큰 상처를 입히고 주위 사람들도 더욱 이상한 시선으로 자신을 보게 만들어 버리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몬스터는 코너에게 끊임없이 진실을 얘기 하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코너는 그 진실을 차마 인정하지 못한다. 그래서 지금 자신이 처한 이 모든 괴로운 상황을 벗어나고 싶어서 전부 던져 버리고 달아나고 싶은 마음과 또 다른 한 편으로는 절대로 잃고 싶지 않은 소중한 것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서로 갈등을 빚는다. 무엇이 소년을 이토록 괴롭게 만드는 것일까.

 

자신의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진실을 말하게 되기까지 코너는 몬스터와 수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마침내 큰 용기를 내게 된다. 진실을 숨기고 있을 때는 마치 갈 곳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것처럼 느껴졌던 소년이었지만 모든 서러움을 토해내듯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고 얘기하자 비로소 안식을 찾은 듯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이다.

 

코너가 나무에 기대어 잠들어 있는 장면을 떠올리면서 무척 안정되고 포근한 기분이 들었는데 그 이유가 알 듯 모를 듯 미묘한 차이를 주면서 생각을 계속 이어지게 해준다. 마음이 의지할 곳 없던 소년에게 나무는 몬스터인 동시에 단 하나의 친구로 다가온 것이다. 나는 책을 읽는 내내 몬스터가 코너의 소중하고 든든한 버팀목이라고 생각했다. 비록 자신이 만들어낸 내면의 자아였지만 그것이 코너를 지탱하고 지켜주었던 것이다. 만약 몬스터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코너는 더욱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몬스터가 더 없이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문득 나의 청소년 시절을 떠 올려 본다. 과연 나는 어떤 몬스터를 키웠었을까. 어렴풋이 떠오르는 그 시절이 한 없이 그리워지는 이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