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글이 함께 엮인 화문집을 저는 이 책으로 처음 접하였습니다.

간간히 삽화가 들어간 책도 있었고, 자신이 다녀온 나라를 찍은 사진을 함께 곁들인 여행에세이도 많이 보았지만 그 사람의 마음이 그대로 뭍어나는 그림이 담긴 책은 처음이라 기대부푼 마음에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은 저자의 주위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과 그 외에도 정신적으로 스승이 되었던 유명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부모님, 남편부터 시작해서 며느리까지 역시나 가족부터 소개하기 시작했습니다.

저자의 그림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주로 이야기하는 사람을 그렸는데 글을 읽기 전에 그분의 성격이 그림에서 먼저 알 수 있습니다. 부모와 자식은 닮는다는데 그의 아버지를 그린 그림을 보면 그와 똑 닮았습니다.

이 책은 소개된 그의 선물 같은 사람들에게 보답하는 ‘선물’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글을 잘 썼더라면, 그림을 잘 그렸더라면 저도 시도해보고 싶은 너무 멋진 선물입니다.(저자 또한 더 미루지 않고 하고 싶었던 이 화문집을 내었다고 하였습니다. 저도 그녀의 나이가 되어 선물 같은 사람들이 책 두께만큼 많아지면 꼭 내어보고 싶습니다.) 그들과의 추억과 감사의 마음을 잘 표현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소설처럼 재미도 있었습니다.

사고로 이전과 다른 자신이 원하던 삶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재활치료를 통해 더 강건한 마음을 갖게 된 딸의 이야기는 제일 인상 깊었습니다.

정신없는 이 세상에서 물 흐르듯 대학생에서 직장인이 되어, 어느 순간 저의 인생을 평생 이곳에서 보내야 된다는 막막함이 간혹 떠오릅니다. 나쁜 마음에 회사의 사정으로 본의 아니게 그만두게 된다면 제가 살아보고 싶었던 삶을 사리라고 비겁한 생각을 하곤 합니다. 저 혼자만의 결정으로는 지금의 안정적인 직장을 버리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용기가 안 나기 때문이죠.

그의 딸이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외국으로 떠나는 이야기를 읽었을 때,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고도 또 다른 세상으로 한걸음 나아갔다는 이야기를 읽곤, 그녀는 사고가 아니었더라도 결국 그녀가 원하는 삶을 살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읽으며 용기를 가집니다. 제가 원하는 삶을 시도하기 위한 준비를 하려고 합니다.

이 책은 ‘선물로 온 사람’에 대한 배려도 하고있습니다.

외국인인 사위나 사촌에 대한 글을 쓴 뒤에는 외국어로 한번더 반복해 적어놨습니다. 영어가 아닌 외국어로 적힌 그 글을 본 저는 1,2,3 등의 번호로 같은 내용임을 추론 할 뿐이지만 말이죠.

모든 글에 그 대상에 대한 사랑이 넘쳐납니다. 그림에는 당연히 따스함이 넘쳐나구요. 어릴 적 학교에서 미술시간마다 칭찬을 받았습니다. 어떤 그림은 선생님께서 들고 신 것도 있었구요. 그러던 그림들이 고등학생이 되어 하루 반나절 이상을 주입식교육에 빠져있다보니 딱딱해졌나봅니다. 직장인이 되어 금전적·시간적 여유가 생기니 다시 그려보고 싶습니다. 그땐 소묘를 주로 칭찬받았는데 이 책을 보니 수채화를 한번 배워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