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8권이다. 나머지 두 권은 고종에 대한 이야기라 예고하셨으니, 조선 600년의 역사가 만화로, 20권으로 야무지게 정리될 날도 얼마남지 않았다. 기대 및 고대!

<실록>의 기록을 위주로, 정치사를 위주로 진행되는 이 책은 무엇보다도, 재미있다. 특히,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내가 좋아하는 "종횡무진 한국사"와 비교한다면, 종횡무진의 남경태씨는 조선을 건국부터 멸망까지 초지일관 '가자미눈'으로 째려보며, 매서운 비판의 칼날을 엄청나게 휘두른다. 예를 들어, 임진왜란 직후 조선은 이미 국가기능이 마비되어,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했다거나, 정조가 죽었을 때 이미 조선은 멸망한 거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그것이다.

이에 반해, 이 책의 저자는, 격랑의 조선, 안동김씨와 풍양조씨의 압박 속에서도 나름 왕으로서의 자리를 찾아가려했던 자주적인 모습의 헌종과 철종의 모습을 보여준다. 좀 더 긍정적이라고 할까.

아무튼 19권, 20권이 기다려진다. 머리말에, 이 책은 역사에 관심이 남다른 어린이가 봐도 무방하다 했는데, 우리집에 그 어린이가 있어, 시도 때도 없이 전권을 사달라 심히 조르는 바람에, '책은 도서관에서'를 항시 외치는 울 신랑도 "전권 구매"쪽으로 기울었다는 즐거운 소식이다.

아, 아름다운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