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복 교수님 (존경한다, 교수님^^)의 검거에 대해,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에 대해 읽다 보면, 사실 신 교수님은 사건과 연관이 없었다는 걸 정말, '한눈에' 알 수 있다. 사건의 주동 인물 중 몇 분은 알지도, 보지도 못 했던 사람들이다. 그런데, 처음엔 사형, 그리고 후에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20년 20일을 복역했다. 나를 그렇게 한 사람들, 내 인생을 그렇게 망쳐버린 사람들에 대해 어떻게 미움과 원망이 없겠는가. 하지만, 신교수님 얼굴을 봐라. 이미 그것을 넘어선 얼굴이다. 증오를 넘어선 얼굴이다.

언제인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데, 아마 김대중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시기 전이었지 싶다. 김대중 대통령의 정치인생에 대한 다큐멘터리였다. 김대중 대통령의 정치인생, 인생 자체가 한국 현대사다.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배지도 달아보지 못하고, 박정희 독재정권이 들어섰다. 박정희의 가장 강력한 정치적 라이벌로 온갖 탄압을 받았다. 박정희 서거 후 찾아온 봄도 잠시, 이제는 전두환 무단정치 시대다. 그를 해하려는 시도가 전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그 때, 당시를 회고하던 김대중 대통령의 멘트가 있었다.

"나는 그 사람들을 용서했어요. 나는, 나를 죽이려던 그 사람들을 용서했어요. 그게 내가 살 길이었어요. 그렇지 않으면, 그 사람들을 용서하지 않으면, 나는 살 수가 없었어요."

나는 여기에서, 이 말에서 김대중 대통령께 완전히 반했다. 하트뿅뿅! 자기를 죽이려던 사람들을 용서한 그 훌륭한 인격에도 놀랐지만, 더 놀란건 그 사람들을 용서해야만 자신이 살 수 있다는,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어머, 이 분이 이걸 알고 있구나. 아, 이런 분이구나.

신영복 교수님 책을 읽으며, 김대중 대통령의 말씀이 생각났다.

근대사의 핵심원리인 '나'와 '개인'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독방의 면벽명상에서 깨달은 결론이라고 한다면 '나'라는 존재란 결코 고유의 배타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깨달음이라 할수 있습니다. '나'라는 존재는 내가 만난 수많은 사람들과 내가 겪은 수많은 사건들이 내 속에 들어와서 나를 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것들이 나를 빌딩building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지요. 한 개인의 정체성identity이란 그가 맺고 있는 사회성 sociality이 그것의 실체라는 것이 나의 생각입니다. (53p)

한 개인의 정체성이란 그가 맺고 있는 사회성이 그것의 실체라는 것이 나의 생각입니다. 사실, 조금 어려웠다. 감옥에서의 일화들은 그냥 웃어서 듣기에는 너무 큰 깨달음을 주었다. 좋은 말씀이 너무 많아, 다시 한 번 읽어야겠다. 결심을! 했다. 

추천도서 : 논어, 노자, 자본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