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스칼지의 '마지막 행성'은 '노인의 전쟁', '유령여단'에 이은 이 시리즈의 마지막 권에 해당하는데도 앞서 출간된 '노인의 전쟁'과 '유령여단'보다 지루하다. 이는 외계집단인 콘클라베와 우주개척연맹간의 정치적인 다툼을 주로 다루고 있기 때문일 것인데 미개척 행성 '로아노크'에 파견된 존 페리와 제인 세이건이 낯선 환경에서 개척민들을 지켜내기 위해 하는 모든 행동들이 긴장감을 불러 일으킴에도 정치적인 내용은 늘 나를 지루하게 만든다. 타인의 심중을 꿰뚫어 보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나 존 페리는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들을 지켜내기 위해 콘클라베와 우주개척연맹간의 무모한 싸움에 뛰어든다. '노인의 전쟁'에서와 마찬가지로 매사에 늘 긍정적인 생각과 유머를 잃지 않는 존의 장점이 이곳에서도 빛을 발하게 된다.

 

우주개척연맹으로부터 배제된 채 로아노크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개척민들은 지적 생물체인 늑대인간이 나타나자 크게 동요한다. 개척민에게는 인간이 먹이 취급을 받는다는 것이 가장 큰 충격이지만 지금 존 페리에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개척민들이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가 그에게 달려 있으니까. 제인과 조이의 생명까지 말이다. 미개척 행성에서 살아가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는 독자들은 존 페리와 제인 세이건, 조이가 원래 발을 디뎌야 했던 '로아노크'가 아닌 낯선 행성에 도착했을 때 우주개척연맹의 숨겨진 의도를 파악할 수가 없었다. 그보다 이 행성이 우주에서 영원히 사라지게 되는 것은 아닌지 그것이 걱정이었다. 허클베리에서 안정된 삶을 살아가는 존과 제인에게 떨어진 미개척 행성 '로아노크'에서의 생활은 이 두 사람이 파견 되었다는 점에서 커다란 위험이 있을 것이라 쉽게 짐작이 가능하다.

 

'마지막 행성'이 이 시리즈의 마지막 권이라는 것에서 어떻게든 두 사람의 운명이 결정 지어질 것인데 지구를 벗어나 우주에서 살아가는 존에게 또 다른 기회와 삶이 주어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내의 몸을 빌린 제인 세이건과 함께 하는 안정된 삶을 보장 받을 수 있을까. 아니 그 전에 살아남는 것이 우선이겠지만. 이 시리즈에는 여러 종족이 등장하지만 그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은 쉽지 않다. 그곳에서 보자면 한참 떨어진 과거에서 살아가는 내가 떠올릴 수 있는 것들이란 한정될 수 밖에 없다. 우주개척연맹으로부터 철저하게 차단된 정보탓에 지구에서 떠날 때 존 페리가 가지고 있던 정보 정도 밖에 가질 수 없어 인간이 아닌 다른 종족이 등장하면 에일리언을 떠올리거나 그냥 인간을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 미래를 무대로 한 소설의 한계는 이것이다. 한정된 상상력을 가지고 있는 나 자신을 탓해야겠지만 내가 그려낼 수 있는 미래는 현재의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이상한 세상만 그려내고 있다. 그 속에 존 페리와 제인 세이건도 함께 있지만 그들이 내게 보여준 우주에 가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이 지구만이 유일하게 내가 살아갈 수 있는 곳이니까.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