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내가 그 전부터 이렇게 일주일에 책을 두권씩 읽는 사람은 아니었다.

일주일 내내 드라마를 챙겨보면 챙겨봤지, 책을 안 보면 허기가 지는 스타일은 절대 아니었다.

근데 육아를 모르니까 배우기 위해 태교 서적을 그리고 육아 서적을 찾아보면서부터 책 한권 읽는게 드라마나 영화 한편 보는 것보다 얼마나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더 재미있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되면서 모르는 건 항상 책을 찾아보고 싶어지게 되었다.

 

박칼린 쌤, 남자의자격으로 유명해졌지만, 사실 뮤지컬 왕팬인 나로서는 오페라피트석에서 긴머리 휘날리는 그 뒷모습을 몇 번 보면서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는 이 분은 누굴까 멋지다 생각해왔었다.

그의 약력을 보니, 2002년 오페라의 유령, 2004년 노틀담의 꼽추, 2006년 아이다 이렇게 세번 그의 뒷모습을 보지 않았었나 싶다.

그래서 남자의자격도 완전 뒷북치면서 쿡TV로 죄다 챙겨봤고, 또 보고 또 보고 또 보았다.

 

그리고 우연히 육아서적과 딸아이 그림책을 자주 주문하는 인터파크에서 박칼린 쌤이 쓴 책을 보고 바로 주문했다.

정말 오랜만에 육아서적이 아닌 책을 보았는데, 설마 직접 썼을까 했는데, 구어체와 영어가 여기저기 섞여 있는 책을 보면서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마치 그분과 대화를 나누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은 최선을 다하지 않는 사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은 열정이 가득한 사람, 박칼린 쌤은 열정 그 자체다.

어떻게 삶을 정말 이렇게 열심히 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에너지가 넘치시는 분임을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나도 나름 한 열정 하는데, 그 열정을 불사르다가, 체력이 소진되어 지치기 일쑤인데, 체력이 되시는 것 같아서 참 부럽기도 했다.

어쩌면 등산을 좋아하셔서 건강을 유지하시는 걸 수도.

 

이 책 제일 마지막장에 등장하는 남자의자격 비하인드 스토리.

한 글자 한 글자 읽고 있는데, 나도 모르게 넬라 판타지아를 내 머릿속에서 부르고 있다.

내 눈 앞에 교복 같은 단복을 입고 미소 머금고 주근깨 빼빼 마른 빨간 머리앤을 합창하던 남자의자격 합창단원이 보이는 듯 했다.

 

책을 읽는 사흘동안 그 분과 단둘이 대화하는 것 같은 느낌,

그 분의 삶의 현장을 잠시 엿본듯한 느낌.

삶의 모습을 다같이 나누어도 부끄럽지 않은 것은 매순간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리라.

그 열정이 참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