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3학년과 초6인 아들을 두고 있다. 큰 아이와 엄청 많이 싸웠다.

싸웠다는 표현이 좀 그런데... 그러니까 남자들의 사춘기라는 걸, 내가 잘 이해하지 못했다.

사춘기를 흔히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하지만, 대책없이 변덕스럽게 변하는 감정의 기복, 그리고 내면에 감춰져 있던 폭력성이 폭발할 때는 정말 얘가 내 아들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내 딴엔 서로 소통하자고, 대화를 해 보자는 것인데... 애 입장에서는 자기를 그냥 내버려두지 못하고, 자꾸 잔소리하는 엄마의 모습으로만 비췄나 보다. 이제는 소강상태이고, 서로에게 힘든 시간이였지만, 내게는 아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의 시간이 되었다.

 

지금도 그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성장 소설을 읽는 것도 그 노력의 일환이다. 내 아이의 경우에 해당하는 것도 있지만, 아닌 것도 있다. 하지만 그 또래의 이야기를 통해 아이의 경우를 비춰보고, 또래가 겪는 공통적인 고민이나 아픔같은 걸 이해하려고 한다.

 

청소년 테마 소설집 <난 아프지 않아>를 이번에 읽었다. 처음엔 표지의 그림을 이해하지 못했다. 책을 다 읽고 나서야 그림을 제대로 들여다 보게 되었다. 쓰레기통을 뒤집어 쓴 그림. 아니 누군가에 의해 씌여진 것 같았다. 여섯가지 테마로 나뉜 여섯 개의 단편소설 모음집이다. '학교 폭력, 탈북, 5.18, 가출, 꿈, 해외 입양'에 관한 이야기이다. '탈북이나 5.18, 해외 입양'은 흔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흔하지 않은 이야기를 접해보고, 이런 경우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맨 처음은 요즘 말들이 많은 학교 폭력에 관한 '난 아프지 않아' 이다. 읽으면서 얼굴에 열이 오른다. 누구라도 학교 폭력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이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된다는 학교 폭력. 아이 학교에서도 폭력 사건이 있었다고 하니,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지가 않는다. 우현이는 왜 자기가 맞아도 아프지 않다고 했을까? 왜 나는 아프지 않으니까 때려도 된다고 생각했을까? 우연히든, 일부러든 시작된 나의 폭력. 그리고 아이들의 집단 구타. 나중에 보게 된 참혹한 우현의 몸뚱이, 그리고 정적을 깨는 우현의 비명, 새우처럼 구부리고 무릎을 당겨 자기가 자기 몸을 끌어 안는 자세로 몸을 바르르 떤다. 가해자는 내가 되고, 피해자는 우현이가 되는 학교 폭력. 무섭고, 소름끼친다.

 

청소년들의 가출 이야기를 담은 '고양이를 보았다'도 내게는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아이와 말다툼을 하다 보면 감정이 격해져, 서로가 해서는 안되는 말인 줄 알면서 퍼붓는다. "지긋지긋해. 집 나갈거야." "그래, 나가. 그렇게 싫으면 나가, 나도 아들 하나 없는 셈 칠테니까"하며 악다구니를 썼지만, 아이도 나갈 생각은 없었고, 나도 아이가 집 나가길 바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때는 마음이 서늘했다. 혹시라도 욱하는 마음에 나갈까봐. 지금 생각하면 참 한심스럽고, 우습다. 아이가 집 나가지 않길 바라면 집 나가지 말라고 해야 하는데... 도리어 집을 나가라고 하니 말이다. 여기에 나온 아이들은 마음의 상처가 깊다. 버려진 새끼 고양이와 묘하게 오버랩되며, 같은 처지가 되어 버린 아이들. 버려진 고양이처럼 속으론 상처받았지만, 겉으론 잔뜩 경계해, 털을 곤두세우고, 발톱을 세우며 곁을 주지 않는다.

 

'산에서 만난 고양이처럼, 그리고 소설 속의 재희처럼 버려지는 아이들이, 무관심 속에 방치되는 아이들이 더 이상 없기를 간절히 빌어본다'(p 118 )

작가의 말처럼 나도 같은 바램을 한다.

 

아이는 이 책을 읽으며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난 이 책을 읽으면서 여기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꿈'을 빼면 내 아이와 무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아이의 경우는 또 다를 것이다. 친구들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주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이기도 해서 아이의 생각이 궁금하다. 사춘기가 지나가고 있지만, 아이는 시험때라고 더 말수가 적다. 읽으면, 나름 느끼는 바가 있을 것이다. 다만 나의 입장이 아니라고 그냥 넘어갈 게 아니라, 책을 통해서지만 약자의 입장에 한 번이라도 서보고, 그들을 이해하는 마음의 크기를 키웠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