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마다 좋아하는 책성향이 있겠지만 자꾸 쉽고 재미있는 책에만 빠지려는 경향이 있어, 이 책을 일부러라도 선택하게 되었다. '2011뉴베리상 수상작'이라는 표지가 더욱 선택하게 만들었다. 선택해 놓고는 잠시 주춤한다. 작품성만 있고, 재미는 없으면 이 많은 페이지를 어떻게 다 읽어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다.

 

천천히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읽기 시작하니 점점 가속도가 붙는다고 할까?

한 소녀가 '매니페스트'에서 보내는 여름 방학은 정말 흥미진진하다. 마치 모험을 하는 것처럼, 스릴을 즐기는 것처럼 마을의 비밀은 하나씩 벗겨진다. 처음엔 마을의 비밀같은 건 몰랐다. 하지만 아빠에 의해서 이 마을에 보내졌고, 우연히 담배통을 발견했다. 담배통 안에는 지도와 기념품 몇 개, 그리고 편지가 여러 통 들어 있었다. 그것이 아빠에 관한 것이길 바랬는데...'징크스에게'라고 쓰여 있었다. 실망은 했지만 편지 속 네드와 징크스와 절걱이라는 첩자에 대한 호기심이 일었다.

 

처음엔 의미없는 것들이였지만, 담배통 속의 기념품과 편지들은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고 있었다. 그리고 에빌린이 가지고 있던  나침반이 그 문을 여는 열쇠가 되었다. 우연처럼, 필연처럼 에빌린은 아빠에게서 받은 나침반을 잃어버린다. 그리고 찾은 나침반은 이미 다른 사람의 손에 들어가 있었다. 바로 베일에 싸여 있는 점술가 세이디 양이다. 그녀의 입을 통해 1918년 매니페스트와 현재 에빌린이 머무는 1936년의 매니페스트가 서로 교차하며 이야기는 진행된다.

 

18년이라는 차를 둔 같은 공감이지만, 우연히 발견한 편지 뭉치와 기념품, 그리고 아빠의 흔적을 찾고 싶은 소녀가 세이디양에게 들은 이야기는 놀라웠다. 하나 하나의 물건은 단서가 되어 이야기속에 흡수된다. 기념품 하나하나가 세이디 양의 이야기에 어쩌면 그렇게도 쏙쏙 끼어드는지 놀라울 따름이었다. 기념품들의 의미를 알게 되었고, 편지속의 이야기들이 하나 하나 베일을 벗어간다. 그 기념품에서 아빠의 흔적을 찾기를 바랬건만, 실망을 하면서도 에빌린은 희망과 기대를 놓지 않는다.

 

여태까지 아빠에 대한 언급이 없다. 중반을 넘어 종반으로 내닫는 순간까지도 말이다. 놀라우면서도 혹시 하는 생각은 거의 마무리단계에 가서야 역시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편지속의 네드와 징크스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과거에 감춰져 있던 마을의 이야기, 그리고 에빌린이 다리를 다친 걸로 왜 그렇게 아연실색하며, 아빠가 에빌린을 왜 이 마을에 보내게 되었는지? 그리고 베일에 싸인 이상한 아줌마 세이디양에 대한 궁금증까지. 처음엔 이상한 마을이라는 생각이였는데... 모든 것이 드러난 마을은 상처를 안고 있던, 아픔이 묻혀 있던 그런 마을이였다.

 

작가는 이 이야기에 역사적 사실과 허구의 세계를 잘 버무려 내고 있다. 이 이야기 속에 스며있는 1917년 금주령과 고아들을 태운 기차, 스페인 독감는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져, 한 소녀의 눈을 통해, 점술가 세이디 양의 입을 통해, 마치 모험을 하는 것처럼 긴장감을 더한다. 또한 가상의 인물과 실존 인물을 섞어 탄생한 이 이야기는 마치 실제인듯 느껴진다.  허구의 마을이면서 실제 마을을 배경으로 삼아 탄생한 매니페스트가 정말로 어디엔가 있을 것같은 느낌이다. 무엇보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이 소설이 겉도는 느낌없이, 삐걱대는 느낌없이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이어져 좋았다. 또, 400쪽 분량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