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노빈손을 참 좋아하죠?

저희 아이들도 그래요. 저희 큰 아이, 중3인데... 노빈손 시리즈를 너무 좋아해요.

만화만 너무 사랑하시는 우리 큰 아이가 유일하게 푹 빠져 읽는 글밥있는 책이라 매번 출간될 때마다 사주면서도 이제서야 왜 그렇게 좋아하는지 알겠더라구요.

 

책이 배달되어 읽기 시작하더니 금세 나와서는 울후사, 개보린, 박화수, 송대관이니 한민관이니, 한참을 떠벌립니다. 뭔 소린지는 모르겠지만 사춘기인 아들이 이렇게까지 떠들어주니 고마워서 들어줬습니다. 큰 아이, 작은 아이 손을 몇 번 왔다 갔다 하다 드디어 저도 읽어보았습니다.

 

노빈손이 드디어 동양고전 시리즈로 발을 넓혔네요. 고전 읽기가 대세이긴 한가 봅니다. 그 첫 시리즈로 택한 것은 사마천의 '사기'입니다. 뒤에 사마천이 왜 '사기'를 쓰게 되었나 하는 연유가 나오길래, 궁형이 무엇인지 작은 아이한테 물었습니다. 아이는 너무 끔찍하다면서 개그 프로그램 흉내를 내네요.

 

'사기'는 사마천이 20대 때에 온 나라를 돌아다니며 수집한 자료들과 아버지가 남겨놓은 자료들을 모아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궁형을 당한 뒤 본격적으로 '사기'를 쓰기 시작하여 약 14년이 걸렸습니다. 제왕의 정치에 관한 기록인 '본기'와 인물들의 이야기나 이민족의 역사를 기록한 '열전'을 중심으로 서술되었습니다. 그 외에 각 시대의 주요 사건들과 연도별로 표시한 '표'와 경제, 법률, 제사 의식 등 문물과 제도에 관해 기록한 '서', 왕을 보필했던 제후들에 관한 기록인 '세가'도 썼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본기'와 '열전'입니다. ( 사마천과 이릉의 가가오토중에서)

 

'사기'에 나오는 열전은 모두 70편입니다. 고사리를 뜯어 먹으며 지조를 지킨 '백이와 숙제', 관포지교로 유명한 '관중과 포숙', 토사구팽의 일화로 유명한 '한신'이야기등이 모두 사기에 수록된 열전입니다. 이번에 나온 책은 70편의 열전 중 열 다섯번째인 '맹상군 열전'입니다.

 

노빈손은 하수도 공사장 근처, 토관들을 쌓아 놓은 곳으로 잠시 비를 피해 들어갑니다. 빗소리도 잣아들고해서 들어온 입구의 반대편으로 나온 노빈손은 깜짝 놀랍니다. 자신이 고대 중국에 와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고무친 신세가 된 노빈손은 맹상군의 식객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맹상군 열전'은 시작됩니다. 노빈손이 열전속에 묻어가며 활약하는 것도 은근 이 얘기가 열전맞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뼈대는 열전에 충실하면서 맹상군이 많은 식객들을 잘 섬겼다는 것에, 노빈손까지 식객으로 들어가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이 역사를 아주 재미있게 알아가게 합니다. 동양 고전과 더불어 100여개의 한자성어도 함께 익힙니다. 각 페이지마다 하나씩, 100여개의 한자성어가 나오는데... 이야기속에 자연스럽게 나와, 전혀 어색하거나 겉도는 느낌없이 고사성어도 배웁니다.

 

아이가 신나서 얘기했던 말장난같은 말들, 절대 안정이 필요할 때 먹는 '안정환', 두통및 불안 증세에 효과가 있는 '개보린', 박하 우려낸 물 '박하수', '울후사', 전직 개도둑 이름 '허석희', 성대모사의 종결자 '제록수', 정보 검색 요원 '리서치', '어세신', '모함해' 진나라 최고급 객관 '송대관', 노빈손이 연희에게 만들어진 덕망이 높고 복스러우며 존귀한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음식 '덕복귀'(떡볶이)등 이름들도 하나같이 너무 기발하고 재밌어서 과연 노빈손이 아이들에게 환영받는 이유를 알겠더라구요.

 

다 읽고 아이들과 맛있는 덕복귀도 만들어 먹었습니다. 아이들과 통하는 이야기가 생긴 게 좋네요. 다음은 어떤 열전이 나올 지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