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서로 좋은 관계에 있다면 이런 책은 필요없을 것입니다. 나 또한 이런 책을 찾을거라고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난 아이의 사춘기가 문제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아이가 나한테 왜 이러는지. 단지 아이가 사춘기니까. 모든 걸 사춘기탓으로만 돌렸습니다. 그리고 곧 관계는 좋아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힘이 들었습니다. 아이와의 문제를 사춘기탓으로 돌려도, 그래도 내 자신의 감정을 추스리지 못하는 건 나의 문제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무엇이 문제일까? '문제아는 없다. 문제부모만이 있을 뿐이다.'고 말하죠? 어제도 모 방송에서 '엄마가 달라졌어요.'를 봤습니다. 엄마가 달라지라고. 그 엄마들도 달라지려 애를 쓰면 쓸수록 화가 난다고. 전에 같은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애를 쓰다보니 화를 누르는 모습이, 언제 갑자기 터질지 모르는 휴화산같은 모습으로 비춰 보였습니다. 그 모습은 마치 내 모습같았습니다. 생각했습니다. 왜 아이한테만 맞추라고 할까? 그럼 나는? 거꾸로 날 이해해 줄 수는 없나? 엄마인 나한테 좀 맞춰주면 안되나? 아이도 이제 크고, 생각이란 걸 할 줄 알면 거꾸로 엄마인 내 생각도 좀 해줄 수 있지 않나? 아이의 문제가 곧 엄마의 양육 태도에만 문제가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게 싫었습니다. 아빠는 잠깐 보는 사람이니, 모든 책임이 엄마한테만 전가되는 것같은 분위기도 싫습니다. 한참 푸념어린 생각만 할뿐 말로 풀어내지도 못했습니다.

 

여전히 고민입니다. 아이와의 관계가 어떻게 하면 좀 편할 수 있을까? 너도 편하고, 나도 편하고. 큰 아이와의 문제는 늘 삐걱됩니다. 하지만 작은 아이와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또 모를 일이죠. 언제 가라앉아 있는 앙금이 수면 위로 떠오를지. 왜 작은 애와는 그러지 않는데, 큰 아이와는 이렇게 부딪칠까? 소통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문제가 보이면 고운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게 됩니다. 바꿔보려 합니다.

 

<하루 10분, 내 아이를 생각하다>

엄마들, 아이 사랑이 대단합니다. 혹자는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루 10분만 내 아이를 생각하다니. 이게 무슨 말같지도 않은 소리냐구. 늘 아이 생각에, 입는 거며, 먹는 거, 배우는 것까지 얼마나 고민을 많이 하는데... 이게 정말 아이를 위한 걸까요? 엄마가 입히고 싶은 걸, 엄마가 먹이고 싶은 걸, 엄마의 욕심으로 아이에게 부담을 주는 건 아닐까요?

 

이 10분은 오롯이 엄마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입니다. 나 자신을 돌아보며 반성하는 시간입니다. 부제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부모는 아이를 '당장' 변하게 하는 사람이 아니라 '결국' 변하게 하는 사람입니다." 한 문장이 언중유골이네요. 여기 소개 된 글을 모두 365가지입니다. 숫자의 의미가 아마 1년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이 글은 저자가 트위터에 양육에 대해 실었던 단상들을 엮어 만든 것입니다.

 

쭉 읽어보았습니다. 두고 두고, 하나, 혹은 둘, 아니면 그 이상, 읽고, 마음에 새겨야 할 글귀들입니다. 요즘 아이와의 관계에서 내게 일침이 되는 글귀 하나를 소개하겠습니다.

 

#232 번째 단상입니다.

아이에게 야단을 칠 때는 한 번 분명하게 말하고 멈추세요.

권투에서 코너에 몰아넣고 때리듯 몰아치면 안 됩니다.

효과는 떨어지고 아이 마음에 원한이 생깁니다.

원한이 생기면 아이의 무의식은 엄마에게 상처를 주려고

움직입니다. 결국 부모는 더 힘들어질 뿐이죠.

 

이 이야기가 이렇게 내 마음에 와 닿다니요. 제가 풀어야 할 문제의 해답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불현듯 들어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문제는 내게 있고, 해답도 내게 있습니다. 아이와의 문제에서 내가 힘들다는 건, 내가 풀어야 할 문제입니다. 아이한테 문제의 답을 전가하면 안 될것입니다. 하루 10분이지만, 내 반성의 시간을 꼭 갖도록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