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해보면, 처음 신곡을 읽었던, 아니 읽으려고 했던 것은 국민학교(난 국민학교 마지막 졸업생 중 하나였다. ^^;) 6학년 때가 아니면 중학교 때였을 것이다. 그 전까지 열심히 읽어오던 동화나 교양 단편 소설, 만화한국사나 만화세계사, 전기 등을 막 벗어나 이제 나도 본격적으로 세계문학이라는 걸 접해봐야겠다고 생각했던 시기였었는데, 아무리 기억을 떠올려봐도 왜 첫번째로 고른 책이 단테의 신곡이었는지는 도저히 기억나지 않는다. 도대체, 왜, 하필이면;;;; 백과사전 연표에 유일하게 나와있는 작가가 단테여서 그랬을지도 모르고, 아니면 서점 높은 곳에 꼽아져 있던 책등이 멋있어서였나? -_-;;;;

 

   . 그렇게 모 출판사에서 나온 두 권의 책을 안고 집으로 들어와서 읽어봤지만, 아. 이거 정말 재미없구나-_-; 하는 생각이 드는 게 당연했다. 그나마 어렸을 적부터 교회에 꾸준히 다녔고 그보다 조금 어린 나이대 아이들이 신화나 역사에 열광하듯 나 또한 그랬었기 때문에 줄거리 자체는 어느 정도 듬성듬성 파악할 수 있었다. 사실 지옥편이야 '누군가가 잘못을 해서 벌받는다'라는 그나마 간단한 구조이기 때문에 - 그리고 지옥의 형벌을 묘사하는 단테의 글은 정말 세세하고 실감났기 때문에 그 당시에도 나름 공들여가며 읽었고, 덕분에 우골리노 백작의 비극이나, 악마가 역청에 빠지는 코믹한 장면이나, 뱀과 사람이 결합되는 그로테스크한 장면들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다. 그것도 연옥편 앞부분까지였고, 이후에 베아트리체와 해후하는 부분을 빼면 그냥 휙휙 넘어갔었다. 신곡 2권 뒷부분에 있는 이탈리아 시인들의 시들이나 단테의 신생은 참 좋았지만. 사실 천국편은 지금 읽어도 쉽지가 않다. 천국편에서 베아트리체와 단테가 나누는 문답은 신학은 물론이고 당시의 자연과학까지 겹쳐져서 처음부터 읽는 사람을 고민하게 하고 있고, 오죽하면 단테 스스로도 2곡 첫머리엔 '너희들의 기슭을 향해 돌아가도록 해라, 깊은 곳으로 들어서지 말라'고 독자에게 경고하기까지 한다.

 

   . 이 책 역시도 이런 부분에서는 꽤 어려움을 느낀 듯한 흔적이 보인다. 신곡을 읽다가 느끼는 어려움은 세 가지 정도가 있는데, 우선 성서와 신화는 물론이고 당시의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기 때문에(유명인은 물론이고 단테 친구와 스승에다가 친구 아버지가 등장하기까지 한다), 배경을 모르면 읽을 수가 없다는 것. 그리고 서사시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운문이기 때문에 산문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겐 생소한 문체라는 것, 마지막으로 위에서 말한 단테와 베아트리체의 문답처럼 내용 자체가 당시의 사상을 모르는 상태에서 읽기에 어려운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일단 문체를 읽기 쉬운 산문으로 바꾸고, 글 속에서 다뤄지는 인물들에 대해서는 짤막한 설명을 덧붙였다. 딱 200페이지의 짧은 책이기 때문에 원 글에 나오는 중요한 인물들의 이야기 - 가령 바울과 프란체스카나 우골리노의 이야기가 거의 생략되어 있는 건 축약본이라지만 좀 아쉬운 부분이지만, 위에서 말한 것처럼 어려운 부분을 대거 빼놓고 지나간 것은 책의 방향이 신곡에 대해 간단히 알고 싶은 초심자들을 향해져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으로 보여진다.

 

   . 물론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신곡을 읽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신곡의 세계는 원 글을 읽지 않고는 그 모습을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넓고 깊으며, 그러기에 작가 역시도 머릿말에서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을 향해 어서 신곡 완역본이나 원문(!!!)에 정식으로 도전할 것을 권고하고 있는 것이다. 한 번쯤은 꼭 읽어볼만한 대작이지만, 단순히 의지와 근성만으로는(;;;;) 완독할 수 없는 작품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 책 같은 입문서나 주석, 해설서들이 앞으로도 더 많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