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파크 헌책방에서 운좋게 찾던 책을 발견했던 때가 기억난다.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고대편. 개정판. 가격도 괜찮았다. 모아두었던 포인트로 책 가격과 배송비까지 결제가 가능한 수준이었다. 그때 그 기분은 정말 말 그대로 ’심봤다’ 였다. 
오자마자 당장 책을 펼쳐들고 빠져들었다. 정말이지 너무 재미있었다. 

구석기 시대에 처음으로 생겨난 예술이라고 하는 것이 어떤 의도로 생겨났으며 어떠한 양식을 띄고 있었는가. 그리고 그러한 양식을 결정지은 결정적 요소는 무엇이었는가. 이러한 첫 경향이 어떤 식으로 발전했으며 그 변화의 과정을 결정지은 사회적 요소는 무엇이었는가. 예술이 어떤 식으로 지배 권력을 뒷받침하는 도구로 이용되었으며 어떻게 특정 계급의 신격화를 이루었는가. 고대 이집트와 아시리아, 그리스에 이르기까지 사회와 예술이 서로 주거니 받거니 했던 역사들이 촘촘히 천처럼 매끄럽게 풀려 나온다. 그리스를 지나면 슬슬 문학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호메로스로부터 시작하여 영웅가와 서사시. 종교적인 목적에서 벗어난 최초의 문학 작품이었던 일리아드와 영웅들의 이야기. 암흑기라 불렸지만 현대에 와서 재조명 되고 있는 신의 시대에 생겨났던 수많은 예술들과 문학 작품들. 아서왕 이야기, 파르치팔로 대표되는 궁정문학이 생겨난 사회적 사상적 배경. 수도원의 예술. 시대와 시대가 꼬리를 물고 죽죽 이어진다.
물론 책의 내용에 모두 동의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사회사적인 면을 주로 다루다 보니 철학이나 중요한 역사적 부분 같은 것은 생략하고 지나가거나 아주 간단하게만 설명하고 넘어간 부분 역시 많았다. 뭐. 사회사니까. 
하지만 그런 부분 때문에 책을 읽는 것이 더 즐거웠다. 역사서를 들쳐보면서 시대를 비교해 보고.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을 다시 한 번 간결하게 훝어보고. 일리아드를 들쳐보고. 
책을 지저분하게 읽으라는 황지우 선생님의 가르침에 따라 책 여백에 뺴곡하게 생각도 적고 낙서도 하고 나름대로의 보충도 달아 보았다. 일 년만 지나 들쳐보아도 부끄러움에 떨겠지만 책 한 권을 참 뿌듯하게 읽었다는 지금의 기쁨에 비한다면야 뭐.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동안 몇 쪽씩 읽은 터라 오래 걸리고 띄엄 띄엄 읽어서 중간에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시련도 있었지만, 좋았다. 참 좋았다. 다음 편은 언제나 살 수 있을까.






원제가 Sozialgeschichte der Kunst und Literatur라고.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