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중국인들은 대만인에 대해서 어떠한 인식을 가지고 있을까요? 이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집계된 자료는 없지만, 중국의 대(對)대만 정책을 보면 이를 어느정도 추측해 볼 수가있습니다. 중국은 대만을 '반드시 통일해야 할 대상이며, 민족화합·민족단결(중국인들의 중화사상에 입각한 정서로 파악됩니다.)해야 하며 독립기도를 강력히 분쇄해야 할 대상으로 보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중국은 '대만 동포와 대만은 우대하되, 독립기도는 저지하며 필요시에는 국제적으로 고립되도록 하는 정책을 사용한다'라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식적 바탕과 함께 정치·경제적 요인들도 그들의 사이에 중요한 고리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에 들어가 경제활동을 하는 대만인의 비율은 전체인구(대만)의 10%정도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에 이러한 경제적 관계는, 대만입장에서는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일 것입니다. 또한 중국이 대만의 정책노선 변화를 예의주시하는 까닭은 앞서 얘기한 '중화사상을 바탕으로 한 세계관'과 함께 내부적으로는 중국 정부가 가지고 있는 '소수민족의 통합'이라는 고질적인 문제를 토대로 하고 있습니다. '내부적 통합'을 위해서 외부로 시선을 분산시키는 방법으로 구심점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정책은 '그들이 왜 티벳의 독립에 강력히 대응하고 있는 가'하는 문제와 그 궤를 같이 합니다.

 지금부터는 이러한 국가 간의 인식과 체제의 다름을 인식한 상태에서, 얼마 전 있었던 대만선거를 통해서 이것이 그들에게 어떠한 방식으로 적용되고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월 대만선거, 그 이면의 의

(뉴타이베이시티·터우위안=AFPAP연합뉴스)

 지난 1월 14일, 대만은 국가 변혁의 전환점이 될 총통선거를 맞아 들썩였습니다. 이번선거가 국민적으로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명백히 다른 노선을 택한 두 후보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위의 사진의 좌측이 이번에 당선된 마잉주 총통(61)이며, 우측이 차이잉원 주석(55)입니다. 그들은 경제 복지 등의 영역에서도 주요 정책과 공약의 차이를 보였으나, 사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양안관계에 대한 입장이었습니다.

마잉주 총통은 "양안안정론으로 중국과 정치·경제협력을 강화해 경제성장을 도모하겠다"라고 밝혔고, 차이잉원 주석은 "대만주권론을 주장한다. 대만인의 미래는 대만인이 결정해야 한다"라는 입장을 내세웠습니다.

80만 표 차의 예상 외 큰 표 차로 연임성공…안정 택한 대만

(타이페이=AFP연합뉴스)

 이러한 큰 표 차의 승리에 기인한 요인들은 무엇일까요? 먼저 가장 큰 이유로 마 총통이 펼친 '안정론'이 호응을 얻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유세기간 내내 '경험 있는 총통을 뽑아야 한다'라는 안정론을 핵심전략으로 내세웠는데, 이를 통한 양안의 정치적 평화와 경제협력을 통한 수혜효과가 위기를 낳을 수 있는 민진당의 독립노선보다 유리하고 안정적이라는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승리가 과연 마 총통만의 수훈일까요?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승리에 다른 주역들이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은 바로 미국과 중국입니다. 백악관은 선거 결과가 나온 직후 "마 총통의 연임을 축하하며, 양안의 평화와 안정, 관계개선 등은 미국에 매우 중요한 문제로 최근 수년간 지속해 온 양측의 인상적 협력 관계를 계속 이어나가길 바란다"라는 성명을 냈습니다. 이는 과거 천수이벤 전 총통 시절 대만해협에서 일촉즉발의 긴장 상황이 벌어진 데서 나온 반응으로 보입니다. 

 반면에 중국은 대만 총통선거 전략은 '침묵'으로 일관하며, 독립노선을 계승한 차이잉원을 '견제'하는 전략을 구사했습니다. 그 까닭을 살펴보면 중국이 취하고자 하는 이점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가 있습니다. 중국은 과거 대만 선거에 개입했다가 호되게 당한 경험이 있습니다.1996년 선거에서 중국은 대만해협으로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2000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렇게 중국이 선거 때 무력도발 혹은 전쟁위협을 하는 이후는 '독립노선을 취해서는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라는 그들의 호전적 외교성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지난 도발 때에는 도리어 대만 유권자들의 반중 정서를 자극해 대만 독립파 후보들이 당선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한 학습이 이번 선거에 주효한 듯 보입니다. 중국으로서는 마 총통이 차이잉원과의 선거에서 박빙의 대결을 펼칠 것 이라는 예상 속에 섣불리 행동했다가는 지난번과 같은 우를 범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한편 차이잉원에 대해서는 지난 과거 때문인지 몰라도 노골적인 압박을 가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후진타오 주석이 "중국은 평화통일, 일국양제의 원칙으로 접근할 것이며 양안 관계를 평화적으로 발전시켜나갈 것"이라고 발언한 것과, 중국 대륙과 홍콩에서 일하는 대만 기업인들(그들은 기본적으로 경제적 이유 때문에 친중 성향입니다)이 마 총통에게 표를 몰아주기 위해 대거 귀국길에 오른 것도 이러한 압박을 일부였다고 보입니다.  

가깝고도 먼 나라들, 중국과 대만

 지금까지 중국과 대만의 관계를 지난 대만선거를 통해서 알아보았는데 어떠셨나요? 도움이 되셨나요? ^^; 중국어와 문화를 공부하는 입장에서, 앞으로는 중국뿐만이 아니라 대외국가들과의 관계도 무척 중요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선거 기간 동안 대만관련 보도를 거의 하지 않던 언론들이 마 총통의 연임이 결정되자 일제히 뉴스를 쏟아냈었다고 합니다. 물론 그 이유는 마 총통의 연임이 자국(중국)의 이익에 부합했기 때문입니다. 연말 권력교체를 앞두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어느 때보다 안정적인 양안 관계가 절실한 상황이었고 특히, 미국 아시아 회귀 전략(두개의 전쟁을 포기한 것과 중국의 견제에 집중한 것을 의미합니다.)과 남중국해 영해 분쟁으로 곤경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 마 총통은 안정적인 미래를 보장해 주었기 때문일 것 입니다. 대만이 친중을 통한 경제의 회복을 의도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이번에 저와 함께 알아본 지식을 바탕으로 앞으로 중국과 대만의 ‘가깝고도 먼 관계’를 지켜보는 것도 유의미한 일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부족한 지식이나마 도움이 되셨길 소망하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별첨부록> 중국-대만 퍼스트레이디 극과극

 (본 기사와 크게 상관은 없지만 국가 정서를 보여주는 재미있는 기사가 있어서 함께 소개할까 합니다. 아래 기사는 동아일보에서 발췌한 기사임을 밝힙니다.)

'소탈' 대 '화려'. 양안의 차기 퍼스트레이디에 대한 평가는 이처럼 다릅니다. 마잉주 대만 총통의 부인 저우메이칭 여사(좌측)는 이번 재선 성공에 큰 힘을 보탰습니다. 마 총통이 훤칠한 키와 잘생긴 외모, 화려한 언변을 자랑한다면 저우 여사는 평소 청바지를 즐겨 입는 검소함과 소탈함으로 대만인의 마음을 파고 들었습니다. 지난해 10월 신해혁명 100주년 기념식 때는 과거 공식 행사에서 입었던 드레스를 입고 나왔습니다. 그녀의 이러한 정치 불개입과 적극적 공익활동은 선거 종반전에 민진당 텃밭인 남부지방을 돌 때 큰 지지를 끌어냈습니다.  

반면 올해 양안의 다른 한 축인 중국에서는 새로운 퍼스트레이디가 탄생합니다. 10월 공산당 18차 당 대회에서 최고 지도자로 확실시되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부인인 펑리위안 여사(우측)입니다. 펑 여사는 인민해방군 장군(소장·한국의 준장에 해당)이자 국민가수입니다. 화려한 외모와 수준 높은 가창력, 왕성한 대외활동으로 프랑스의 퍼스트레이디이자 전직 유명 모델인 카를라 브루니 여사를 연상시킨다고 해서 '중국판 브루니'라고도 불린다고 합니다. 시 부주석이 얼마 전까지 '펑리위안의 남편'으로 알려졌다니 그녀의 국민적 인지도를 짐작하게 합니다. 펑 여사는 지난해 중국문학예술계연합회 부주석에 선출되고 세계보건기구의 후천성면역결핍증 결핵 예방 친선대사로 임명되는 등 활동 영역도 넓히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