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기사의 주제는 '상해의 역사와 상해 속의 한국의 역사'입니다. 상해에서 유학을 하고 있으면서 상해라는 도시의 역사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게 없는것 같다는 생각에, 그리고 이런 학생들이 저 말고도 많을 거라는 생각에 약간은 따분할 수 있는 역사이야기를 주제로 잡아봤어요. 하지만 읽다보시면 “내가 지금 있는 이곳이 한국과 이런 관계의 역사를 갖고 있구나”하는 생각에 꽤 흥미로우실거라고 생각합니다! ^_^

* '상해(上海)'라는 도시의 간략한 역사

 상하이의 정식 명칭은 상하이직할시입니다. (행정적으로 성省과 동격인 중앙정부 직할시直轄市) 인구는 무려 1700만명에 달합니다. 중국의 경제수도로 불리는 상하이. 개혁•개방의 상징이자 중국의 내일을 말해주는 척도로 불리는 곳입니다. ‘바다海로나아간다上’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땅인만큼 매우 국제적인 지역인데요. 중국 대륙 1만 8000킬로미터의 해안선 정중앙에 위치해 있고, 지구 최대의 대륙 아시아의 상징적인 젖줄인 장강长江(양쯔강)이 지구 최대의 바다 태평양으로 흐르는 교차지점으로 동서양 문화의 교류와 융합이 이뤄지는 곳입니다.

하지만 지난 수천년 간 광대한 중국대륙의 끝자락에 위치한 한적한 어촌이었던 상해. 송나라 말에 무역항이 되었고, 이후 청나라는 1685년에 외국과의 무역을 위해 상하이에 강남관江南管을 설립했지만 여전히 상하이는 주목받지 못합니다. 왜냐면 바로 밑에 주력항이었던닝보宁波가 있었기 때문이죠.

그런 상하이가 외세의 힘으로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게 됩니다. 1842년 6월 영국 군함이 장강을 거슬러 우쑹雾凇 근처에 정박하면서 상하이는 외세와 인연을 맺게 됩니다. 바로 아편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것입니다! 전쟁에서 영국에 굴복한 청은 난징조약을 체결하고, 조약에서 영국은 상하이의 개항을 받아냅니다. 이때 자본주의도 함께 들어와 상하이의 ‘강요된 국제화’가 이뤄지기 시작한거죠. 자발적인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국제화의 경험이 이후 상하이가 국제도시로 발전하는 데 원동력이 된거라고 볼 수 있네요^^

▼1930년대의 상하이의 모습

 1930년대 이미 상하이는 아시아에서 자본주의가 가장 발달한 경제와 금융 중심도시였지만 중화인민공화국이 성립된 이후 상하이는 국제도시로서의 명성을 잃어가고 오히려 피비린내 나는 문화혁명의 중심이 되고 맙니다.

 중국 개혁•개방 초반에도 상하이는 최고 실권자 덩샤오핑邓小平이 홍콩 인근인 선전과 광둥성을 1차 개혁 개방의 실험지로 선택했기 때문에 큰 주목을 받지 못했어요. 그러나 1990년대 푸둥浦东지역 개발을 계기로 상하이는 중국의 경제발전을 대변하는 도시로 우뚝 섰으며, 상하이 모델은 미래 중국의 발전 모델로 자리잡아가고 있습니다.

* 연도별로 보는 상해

 중국의 대부분의 도시의 긴 역사와는 달리 상해의 역사는 비교적 짧습니다. 영국이 제1차 아편전쟁 후 상해에서 맺은 조약은 상해 발전의 시발점이 되어 한 때 작은 어촌이던 상해는 지금 전세계에서 가장 현대화된 도시가 된 것입니다.

 1842:
영국은 제1차 아편전쟁에서 승리하여 중국 청나라와 강제조약인 ‘난징조약’을 맺습니다. 그리하여 상해는 개항되었고 그 후 프랑스, 미국, 일본도 영국을 따라 비슷한 내용의 불평등한 조약을 맺게 되고 상해 내에 각국의 조계지(외국인 통치 특별구)가 생겨나죠!

 1930s:
그 후 상해는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항구가 되고 세계에서 가장 큰 무역회사와 은행이 상해의 해안길을 따라 들어서게 됩니다. 차, 실크, 자기 등이 상해에서 유럽, 미국으로 수출되고, 아편이 그 대가로 유입되는 구조로 무역이 이루어집니다. 그리하여 상해는 아시아에서 가장 현대화된 도시로 이름이 나게 되죠.

 1931-1941:
상해는 나치 테러로부터 달아난 유태인들의 피난처가 되기도 합니다. 20,000명이 넘는 유태인들이 상해로 망명을 오게 됩니다.

 1932:
1932년 1월 28일, 중국의 상해 국제 공동조계 주변에서 중일 양군의 충돌하여 제1차 상해사변이 일어납니다.

 1937:
일본이 1937년 중일전쟁(노구교(盧溝橋, 베이징 교외)사건을 계기로 시작되어 1945년 9월2일 일본항복까지 계속된 중일간의 전면전쟁을 일으키는데 그해 8월 23일 일본 항공기가 상해를 폭격하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또한 이 해 제2차 상하이 사변(중일 전쟁기간동안 1937년8월~11월까지 있었던 일본제국과 중화민국간의 전투. 상하이 전투라고도 불려요)가 일어납니다

 1943:
연맹정부가 전쟁 중 상해를 포기하고 국민당의 장개석에게 넘겨주게 됩니다. 이로써 공식적으로 조계의 시대는 끝나게 됩니다.

 1966-:
1966년에서 1976년까지 지속된 문화대혁명으로 산업은 발전하지 못하고 수많은 상해지역주민들은 시골 지역으로 노동하러 가게 됩니다.

 1976:
The advent of Deng Xiaopeng's open door policy allowed a commercial revival to take place in Shanghai.
문화대혁명이 끝나고 난 후 덩샤오핑(邓小平)이 정치에 복귀하여 중국의 시장경제를 일으키기 위해 개혁 개방 정책을 실시하게 됩니다. 도시 지역에서는 외자의 적극 유치가 장려되어 광둥성의 선전, 푸젠성의아모이 등에 경제특구가, 상하이, 톈진, 광저우, 따롄 등의 연안부 도시에는 경제기술개발구가 설치됩니다.

 현재:
상해는 더욱 현대화된 인프라와 서비스로 아시아에서 가장 세계적인 도시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상해는 1천 7백만의 인구로 중국에서는 충칭 다음으로 큰 도시인데요. 역동적이고 혁신적인 도시 상해는 중국의 경제를 이끄는 거대한 성장동력입니다.

* 상해와 대한민국 1 - 해상왕 장보고와 상해

 1200년 전 청해진을 근거로 해상왕국을 건설했던 장보고, 그의 흔적은 산둥山东반도는 물론 상하이와 그 밑 바로 밑 닝보宁波에서, 그리고 장강长江을 따라 양저우扬州까지 오늘날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습니다. 지금으로 치면 그야말로 ‘세계화’마인드로 무장한 장보고는 강력한 해상 권력을 바탕으로 중국땅을 직접 경략한 위대한 CEO로 자리매김되고 있습니다.

고대 한반도와 중국 동부 연안이 지금의 개념으로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연관성을 갖고 있었다고 합니다. 한반도와 중국 동부 연안은 하나의 ‘세계’였던 것이고, 그 중심에 장보고가 우뚝 서있었던 것이죠.
 산둥성룽청荣成市시스다오(石道)진의 적산(赤山) 자락에 해상왕 장보고는 천혜의 항구였던 스다오를 드나들 수 있는 이곳에 법화원(法華院)을 세웁니다. 법화원은 당시 해상무역으로 생활하던 신라인들이 안전한 항해를 기원하던 곳이자 당시 신라방에 살던 신라인들의 교화처였습니다. 말하자면 교민사회를 결속하는 다리 역할을 했던 곳이죠. (완공 후 처음 머물렀던 천태종파 승려들이 법화경을 읽었다고 해서 ‘법화원’으로 이름 지었다고 합니다.)

법화원은스다오항으로부터 4킬로미터 거리에 있어 배를 이용하여 칭다오나다롄大连 등 인근 주요도시에 쉽게 닿을 수 있는 교통이 편리한 곳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적산 아랫자락에 가면 ‘장가촌张家村’이라는 마을과 ‘장가부(장씨가 세운 부두)’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쯤 되면 장보고가 중국땅에 남긴 흔적과 영향이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이 가시죠?!

 2002년부터 360억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법화원을 대규모 관광단지로 조성했는데 그 과정에서 장보고 기념관도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중국인들은 자기 땅에 외국인 동상을 세울 수 없게 하는 것이 일종의 관례인데, 중국땅에 위치한 이 기념관에 장보고의 동상이 들어선 것은 결코 간단치 않은 의미가 있다고 여겨집니다.

▼장보고 기념관의 장보고 동상

 사진 출처 : http://blog.naver.com/16014417

*  상해와 대한민국 2 –김구, 윤봉길 등 대한민국 독립투사들과 상해

▼김구선생

 1930년 상하이에는 조선인들이 대략 6000여 명이 모여 살았다고 합니다. 상하이의 조선인들을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고 하는데요, 한 부류는 빼앗긴 나라를 찾기 위해, 또 한 부류는 ‘나라와는 상관없는’ 삶을 살기위해 상하이로 밀려왔다고 합니다. 그러면 조선인들은 왜 상하이를 선택했을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한국과 거리가 비교적 가까워 왕래가 편했고, 동아시아 교통 중심이자 정치와 경제가 집결해 있던 곳이어서 국제적인 동향을 파악하거나 자신들의 동향을 세계에 알리기 적합했기 때문이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계지라는 특수 공간이 존재했다는 것! 비자 없이도 들어갈 수 있는 해방구 상하이...그래서 상하이에는 독립운동가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임시정부가 상하이에 들어서고, 김구 선생이 상하이를 거점으로 삼고, 윤봉길 의사가 홍커우 의거를 일으킨 것 모두 상하이의 이러한 특별한 조건 때문이었죠.

상하이 중심가를 좌우로 가르는 현재 연안고가도로는 과거 황푸강으로흘러들어가는 하천이었다고 해요. 이 하천을 사이에 두고 동북쪽이 공동조계이고, 인민광장이 있는 곳이 영국조계지, 그 뒤로 일본과 러시아 조계지가 있었다고 합니다. 일본 조계지가 있던 곳에 유명한 홍커우 공원(현재 루쉰공원)이 있고, 당시 치외법권과 인권이 유달리 존중됐던 프랑스 조계지는 서남쪽에 있었는데요. 임시정부 청사가 왜 프랑스 조계지에 있는지, 김구 선생이 숨진 부인을 왜 프랑스 조계에 속한 화이하이 공원에 묻었는지 금방 이해할 수 있겠죠!

▲상해임시정부청사 현재 모습

▲상해임시정부 경부국장 시절의 가족사진(1919~1922)

가운데가 맏아들 김인, 오른쪽이 부인 최준례 여사

 김구선생은 어떻게 상하이까지 오게 됐을까요? 1919년의 3.1운동이 김구의 활동무대를 국내가 아닌 국외로 이동하게 하는 결정적 계기가 됩니다. 일본 경찰들의 감시가 심해져 더이상 국내에서는 독립운동이 어려워졌기 때문이죠. 그래서 그는 상하이로 이동하여 길고 긴 27년 동안의 망명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가 상하이에 도착한 후의 한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당시 상하이에는 이미 임시정부가 구성되어 있었는데 김구는 임시정부 내무총장으로 일하고 있는 안창호를 찾아가 임시정부의 문지기가 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해요. 문지기가 되어 일본 경찰의 첩자나 암살자의 침입을 막아내고자 한다는 것이죠. 며칠 뒤 안창호는 김구 선생에게 임시정부 경무국장 자리를 줍니다. 경무국장이란 임시정부의 치안과 정보를 담당하는 자리로서 어쩌면 넓은 의미의 문지기일지도 모르죠. :)

▲김구 선생의 부인 최준례모비(영환문 제공) (왼쪽부터 김신, 백범 선생, 곽낙원, 김인)

 이 사진에 나오는 두 살짜리 아들이 김신 장군(1922~)입니다. 현재 상하이는 물론 항저우와자싱, 충칭 등지의 임시정부 유적 보존은 모두 이분이 나서서 해주신 일입니다..^^ 그리고 김신의 아들 김양 씨가 지금 대한민국 상하이 총영사가 되어 유적 보존을 위해 힘쓰고 있다고 합니다. 상하이 임시정부청사 뿐 아니라 김구 선생이 피난생활을 하던 자싱과항저우의 유적, 그리고 수많은 독립투사들의 흔적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이 분이 가셔서 보존에 힘써주고 계셔서 대한민국 국민들은 참 든든한 것 같아요^^

▲의거 전 김구 선생과 윤봉길 의사

 김구 선생 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희생한 모든 사람들을 잊으면 안되겠죠? 상하이 루쉰 공원 한 켠에 자리잡은 매정에 가면 ‘윤봉길 기념관’이 있습니다.(매정은 윤봉길의 호 ‘매헌’에서 이름을 딴 정자). 만주사변을 시작으로 중국 대륙 침공에 열을 올리던 일본은 열강의 조계지가 있던 상하이에서도 사변을 일으켰고 거기서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그 승전 기념행사이자 일본 천황의 생일 기념행사 때 조선 청년 윤봉길이 폭탄을 투척해 충격을 안겨주었죠. 이에 장제스는 “중국의 100만 대군이 못하는 일을 한국의 한 의사가 해냈다”라며 격찬했고, 이 사건으로 중국인과 중국정부의 한국인에 대한 태도가 호의적으로 변하였고, 중국정부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원조를 아끼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 ‘매정’ 또한 1994년에 중국정부가 지은 것이라고 합니다. 항일 투쟁의 역사를 공유했다고 하지만 남의 나라의 영웅을 기리는데 중국사람들이 적극 나서준 것에 고마운 마음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