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어 ‘80后’를 통해 살펴본 중국의 오늘

 

‘프리터족(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는 특정 직업이 없는 백수들), 쩜오족(명절 때 고향집에 내려가지 않고 평소보다 1.5배 많은 시급을 받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젊은이들)’ 등의 신조어는2011년 현재 대한민국 사회상의 한 단면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말들입니다. 그렇다면 2011년 현재 중국에서 유행하는 신조어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중국에서 유행하는 신조어 중에서 중국 사회상과 중국인들의 생각을 읽어볼 수 있는 ‘80后’라는 신조어와 이와 연관된 신조어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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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조어 ‘80后’(빠링허우)                            

 

 

빠링허우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80’后》(2010)는 
90년대 초부터 현재까지 중국의 사회상을 잘 보여줍니다.

사진출처: 바이두(www.baidu.com) 검색

 

 

중국의 개혁개방과 산아제한정책(计划生育, 한 가구 한 자녀 정책) 이후 1980년대에 태어난 외동딸이나 외동아들(独生子女)을 지칭하는 대명사로 소황제(小皇帝)라 불리는 게 바로 이 세대, 빠링허우입니다. 물질적인 부를 누리기 시작한 부모세대와 그러한 가정에 한 명 밖에 없는 자식이기에 상상 이상의 특권과 총애를 받고 자라난 세대입니다. 개혁개방 이후 시장경제체제의 영향을 많이 받은 점도 이전 세대와 구분되는 점입니다.

2억여 명에 달하는 빠링허우 세대는 현재 결혼적령기에 이르렀거나 혹은 이미 결혼하여 자녀를 가졌습니다. 그들은 독특한 개성을 지니고 있고, 향후 10년 간 중국의 소비문화를 이끌어나갈 세대로 주목 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중국 현지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이 내수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이 빠링허우 세대의 소비패턴과 생각을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톈진 북방왕(北方网)에 올라온 기사로,
 빠링허우 세대가 성장하여 톈진시 경제사회 발전의 중진역량이 되었다는 내용입니다.

사진출처: 北方网(www.enorth.com.cn) 기사 일부 발췌

 

 이들은 각종 정부기관이나 기업과 비영리단체 등에서 중요한 지위를 맡고 있으며, 핵심기술을 장악하여 조직의 발전을 이끌고 있다고 합니다. 그들은 부모세대와는 다르게 독립적이며 다소 개인주의적인 성향을 띱니다. 또한 자신들의 주장을 거침없이 말하며, 그들의 주장은 사회적으로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핵심 인력을 구성하는 층이며, 큰 구매력을 가진 핵심 소비자층입니다. 2010년 한 조사에 따르면 빠링허우의 약 30%가 자신의 월급을 저축하지 않고 다 써버린다는 위에광주(月光族, 월광족)에 해당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빠링허우 세대들의 앞에 단순히 장밋빛 미래만이 보장됐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빠링허우 세대와 관련된 연관신조어들을 ‘결혼 전’, ‘결혼할 때’, ‘결혼 후’로 나누어 보았습니다. 이를 통해 빠링허우 세대의 명(明)에 가려진 암(暗)을 짚어볼까요?

 

  

                             ‘결혼 전’의 빠링허우                          

 

결혼 전의 빠링허우의 가장 큰 관심사는 대학 졸업, 취업, 경제적 독립 등이겠지요? 결혼 전의 빠링허우와 관련된 신조어를 알아보겠습니다.

 

● 연관신조어 1 :  이주(蚁族, 개미족) ●

 

 

사진출처: 바이두(www.baidu.com) 검색

 

 

 대다수의 개미족(蚁族)들은 집을 사지 못한 채, 방을 빌려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빠링허우 세대 중 대학을 졸업했지만 직업을 구하지 못하고 있거나, 저임금 임시직에 종사하며, 집을 구하지 못해 방값이 싼 대도시 변두리에서 방을 빌려 모여 사는 젊은이들을 일컬어 개미족, 중국어 발음으로 이주(蚁族)라고 합니다. 여기서 蚁는 개미(蚂蚁)에서 따온 단어인데요, 이들의 특징인 高智(대부분 대학 졸업자로 높은 교육수준을 지님)、弱小(약소함)、群居(무리 지어 거주함)가 마치 개미의 특징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이러한 신조어가 만들어졌습니다. 이 중에서도 지상이 아닌 지하에 사는 이들을 일컬어 슈주(鼠族, 쥐족)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 연관신조어 2 : 워쥐 (蜗居, 달팽이집) ●
 

 

드라마 <워쥐(蜗居)>는 
서민들의 어려운 삶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사진출처: 바이두(www.baidu.com) 검색

 

방영과 동시에 중국에 상당한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 드라마 <워쥐(달팽이집)>은 자신의 집을 사기 위해 아이와 떨어져 살며, 아끼고, 덜 먹고, 더 일하지만 천정부지로 치솟는 주택 가격으로 집을 살 수 없어 안타까워하는 언니와 그 언니를 돕기 위해 이미 부인이 있는 능력 있는 정부 고위 공무원의 여자친구(二奶)로 살아가는 여동생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워쥐는 달팽이집처럼 작고 초라한 서민들의 집을 뜻하는 말입니다. 대부분의 서민들은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기 위해 이 보잘것없는 달팽이집이라도 살 수 있길 바란다고 합니다.

 

 

 

 

                      ‘결혼 할 때’ 빠링허우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빠링허우가 있는 반면에 집안의 경제적 사정이 그리 넉넉하지 않은 빠링허우도 많습니다. 결혼을 할 때도 남들처럼 집, 차, 예물 등을 장만하지는 못하지만 정신적인 사랑만으로 충분하다는 그들, 그들은 누구일까요?

 

● 연관신조어: 루어훈족(裸婚族) ●

 

 

벌거벗은 결혼’이라는 뜻의 루어훈(裸婚)을 형상화한 그림
출처: 바이두(www.baidu.com) 검색

 

 

중국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집 값, 자동차 값이 만만치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결혼식을 올리는 피로연 비용도 일반 서민들에게는 크나큰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최근 소박하고 간단한 결혼식을 진행하는 루어훈주(裸婚族)가 탄생했습니다. 루어(裸)는 ‘벌거벗다’는 뜻이고, 훈(婚)은 ‘결혼’을 의미합니다. 즉, 화려한 결혼 의식을 타파하고, 소박하고 간단한 결혼식을 올리는 커플들을 가리키는 신조어입니다. 이들은 소박한 결혼식에 신부 화장, 드레스, 예물 등을 최저 비용으로 해결합니다. 또한 결혼 비용을 아끼기 위해 결혼에 필요한 많은 물건을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하여 구입하기도 합니다.

 

 

 

 

 

  

                         ‘결혼 후’의 빠링허우                        

 

 

빠링허우 세대들은 급격한 삶의 방식 변화로 인해 결혼 후에도 집, 아이, 차, 카드 등의 노예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를 일컬어 ‘화이트컬러 노예’, 즉 ‘바이누(白奴)’라고 부릅니다. 
 

 

 

 바이누(白奴)를 표현한 그림

사진출처: 바이두(www.baidu.com) 검색

 

  

● 연관신조어 1 : 팡누(房奴, 집의 노예) ●

중국 정부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중국 부동산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솟고 있습니다. 이에 결혼적령기의 대부분의 빠링허우들은 집을 사기 위해 금융기관에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집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은 결혼 후에도 오랜 기간을 대출을 갚기 위해 살아갑니다. 이들을 팡누(집의 노예라는 뜻)라고 합니다.

 

 

● 연관신조어 2 : 처누(车奴, 차의 노예) ●

자동차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비교적 높은 생활수준을 지향하는 빠링허우들은 결혼과 함께 차를 구입하길 원합니다. 하지만 많은 수가 대출을 통해 차를 구입하고, 뿐만 아니라 기름값, 주차비, 수리비 등의 유지비용도 만만치 않아서 생활고에 시달리게 됩니다. 이들을 처누(차의 노예)라고 합니다.

 

 

● 연관신조어 3 : 하이누(孩奴, 아이의 노예) ●

결혼을 하여 아기를 출산한 빠링허우들은 아이들의 교육비에 또 한번 허리띠를 졸라 매야 합니다.  아이들을 위한 조기교육 비용, 옷 구입비, 장난감 구입비 등은 엄청난 경제적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최근에는 아이를 낳지 않는 丁克族(DINK족)도 유행이라고 합니다. 이들을 하이누(아이의 노예라는 뜻)라고 합니다.

 

 

 

● 연관신조어 4 : 카누(卡奴, 카드의 노예) ●

비교적 비계획적인 소비패턴을 보이는 빠링허우들 앞에 나타난 이와 같은 경제적 부담은 이들 세대로 하여금 신용카드의 사용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여러 카드로 돌려 막기를 하여 어쩔 수 없이 위에광주(月光族)로 살아가는 젊은이들마저도 생기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들을 카누(카드의 노예라는 뜻)라고 합니다.

 

 

 

 

 

지금까지‘80后’와 관련된 다양한 신조어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신조어들을 통해 추측하건대 모든 빠링허우의 생활이 물질적으로 풍족하고 심리적으로도 행복한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편 이러한 여러 신조어들로 설명되는 빠링허우의 모습이 ‘88만원 세대’로 일컬어지는 요즘 한국의 대학생, 젊은이들의 모습과도 비슷한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어쨌든 간에 이번 기사에 등장한 모든 신조어들은 중국신문이나 CCTV뉴스(新闻)에도 빈번하게 나오는 단어이므로 중국이나 중국어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내용입니다. 뿐만 아니라 한어수평고시(HSK) 문제 지문에도 자주 출제되므로 시험을 준비하시는 분들이라면 한 번 정리해 두시면 지문 이해에 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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